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업계 3위 자리를 놓고 벌이는 순위 경쟁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두 금융지주 경쟁의 최대 변수로 평가된 롯데카드 인수전이 제3자인 한앤컴퍼니의 승리로 돌아간 영향이다.
3일 롯데그룹과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에 따르면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선정됐다.
당초 롯데카드 인수전은 하나금융과 한화그룹이 경쟁하던 2파전에서, 한화그룹이 아시아항공 인수를 위해 빠진 자리에 우리금융과 MBK파트너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들어가 하나금융과 경쟁하던 양상이었다.
하나금융은 그룹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이번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모두 1분기 기준 30%가 넘는 비은행 수익 비중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하나금융의 비은행 수익 비중은 13.7%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카드(시장점유율 8.2%)와 롯데카드(시장점유율 11.2%)의 합병을 통해 카드업계 2위로 단숨에 치고 올라가 우리금융과의 중위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었다. 올해 1분기 하나금융의 순익은 5560억원으로 우리금융의 5686억원에 뒤쳐져 업계 4위를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이에 MBK파트너스를 지원해 하나금융의 롯데카드 인수를 견제는 전략을 펼쳤다. 또한 인수에 성공할 경우 확보하게 될 20% 지분을 바탕으로 향후 롯데카드 경영권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뒀다. 우리금융 역시 5.2%에 불과한 비은행 수익 비중과 우리카드(8.5%)의 카드업계 점유율 확대가 절실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복잡한 셈법은 롯데그룹이 두 금융지주 대신 한앤컴퍼니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모두 물거품이 됐다. 한앤컴퍼니는 1조9000억원의 최대 입찰가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롯데그룹은 비가격적 요소를 고려해 한앤컴퍼니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있어 입찰가격뿐 아니라 다양한 비가격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특히 임직원 고용보장, 인수 이후 시너지와 성장성, 매수자의 경영 역량, 롯데그룹과의 협력 방안 등을 다각도로 평가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롯데그룹이 롯데카드를 매각하지만 사업협력을 지속하길 윈하는 방향과 두 금융지주의 성격이 매칭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와의 협력을 위해 인력과 조직이 유지되길 원하지만 은행이 이를 인수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롯데카드와 롯데손보를 모두 놓치면서 두 금융지주의 3위 결정전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일각에서는 두 금융지주가 향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교보생명 등 보험사나 증권사를 놓고 맞붙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기환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콘퍼런스콜에서 “1∼2년 이내에 보험업 자본규제가 본격화되면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보험사 매물을 출연을 예고한 바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