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문무일 검찰총장이 해외 순방 일정을 취소하고 조기 귀국한다.
문 총장은 에콰도르 방문 등 해외 순방 일정 일부를 취소하고 오는 4일 오전 귀국한다. 문 총장은 지난달 28일부터 오만·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을 돌며 국제 사법공조를 위한 협약을 체결해왔다. 본래 오는 9일까지 일정을 소화한 후 입국할 예정이었다. 닷새나 입국을 앞당긴 것이다.
문 총장의 조기 귀국은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법안의 핵심은 경찰에게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인정하고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사실상 폐지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은 검찰이 갖고 있다.
문 총장은 지난 1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형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국회에서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논의를 진행하여 국민의 기본권이 더욱 보호되는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검찰 내부 게시판에도 문 총장의 의견에 동조한다는 글이 수십여개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에서는 문 총장에 대한 질타가 나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도 정부 조직 중 하나인데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각 정당이 합의한 것을 정면에서 민주주의 위배라며 비판한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유례없이 많은 권한을 사실상 독점해 국민들로부터 질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 국가 형사·수사 체계의 균형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도 문 총장의 발언에 날을 세웠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3일 수원고검 개청식 및 수원검찰청사 준공식에 참석해 “이제 시대 상화이 변하고 국민 시각과 의식도 달라졌다”며 “검찰의 수사 관행은 물론 권한도 견제와 균형에 맞도록 재조정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과 경찰 모두 이 문제에 대해 국민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조직 이기주의’라는 국민의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구체적 현실 상황과 합리적 근거에 입각해 겸손하고 진지하게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패스트트랙은 여야가 치열한 논의와 협상을 거칠 일이지 청와대가 입장을 밝힐 일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