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 재판에 또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전 기획관은 8일 오전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의 심리로 진행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속행 공판에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이 5차례나 증인 소환에 불응하자 지난달 구인장을 발부했다. 구인장이 발부됨에 따라 김 전 기획관과 이 전 대통령의 대면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다.
다만 소재지 불명 등으로 인해 구인장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구인장을 집행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의 다음 신문기일을 잡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그가 발견되거나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확보하면 재판부에 알려 달라. 그렇다면 재판이 끝나기 전에 신문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기획관이 증언대에 오를 수 있는 기간은 길지 않다. 재판부는 오는 10일 이 전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 변호사에 대한 신문을 끝으로 증인 신문을 종료한다. 오는 6월, 길게는 오는 7월 사이에 항소심 재판이 종료될 것으로 분석된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 등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앞서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삼성에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비 대납 요청을 승인했다는 진술을 내놨다. 이는 1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유죄를 선고받는 근거가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992년부터 2007년까지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39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억7000만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16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을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인정,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원을 선고했다. 구속 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받던 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6일 보석을 허가받았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