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신임 원내대표에 이인영 의원이 선출됨에 따라 차기 총선을 위한 공천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강행으로 얼어붙은 여야대치 정국이 풀리게 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통합’을 강조한 이 의원에게 투표해 힘의 균형을 맞추려 한 결과라고 평가하며 한국당과의 논의도 곧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8일 오후 국회에서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를 열었다. 1차투표 결과 과반득표자가 없어 결선투표가 진행됐다. 결선에서는 투표권을 가진 의원 128명 중 125명이 투표에 참여해 이 의원이 76표, 김 의원이 49표를 득표, 이 의원이 승리했다. 무효표는 없었다.
이 의원은 당선 직후 “말 잘 듣는 원내대표 되겠다 ‘고집이 세다’는 평들을 깔끔하게 불식하겠다”며 “이해찬 대표를 잘 모시고 강력한 통합을 이루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열심히 헌신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여야 대치정국에 대해서는 “우원식 원내대표께서 물려줬던 정세를 홍영표 원내대표께서는 안 물려주실 줄 알았는데 너무나 강력한 과제를 남겨놓고 가셨다”며 “조금 야속하다”고 밝혀 의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저한테 협상 잘하는 것을 원하실 텐데 126명 의원 모두가 협상한다는 마음으로 움직이겠다”며 “집단의 생각에 근거해서 협상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범문재인계’로 분류된 이 의원이 당선됨에 따라 당내 지형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공천권을 쥔 ‘친문’ 이해찬 대표와 ‘범문’ 이인영 의원이 서로를 견제함으로서 힘의 균형을 맞춰갈 수 있다는 것.
민주당 한 관계자는 “유권자인 현역 의원들의 기준은 초·재선 의원의 경우 ‘차기 총선의 승리여부’, 중진 의원은 ‘공천 여부’인데 이 대표가 제시한 공천룰을 보면 중진 의원들에게 불리한 게 사실”이라며 “총선은 원 컬러보다는 투 컬러로 가야 한다는 당내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병민(경희대 행정학과) 겸임 교수도 “정부 중심보다는 국회 중심으로 선거를 치렀으면 좋겠다는 의원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며 “당의 입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 속에 일방적으로 힘이 기울어지는 것들을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다수 있었다”고 했다.
여야 대치정국도 곧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의 비교적 옅은 ‘친문’ 성향이 한국당과의 협상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원내대표 경선을 논외로 하더라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민생을 외면한다는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에 늦어도 정기국회 전에는 돌아올 것”이라면서도 “다만 돌아오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지는 원내대표 어떤 사람이 되는가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치정국을 풀어가는 데에는) 아무래도 온건파가 낫지 않겠나”라면서 “너무 친문색이 강한 사람보다는 덜한 사람이 좀 더 협상을 완성시켜 나가는 데에는 더 유리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김병민 교수도 “여야 대치 정국을 풀기 위해서는 양당이 한발씩 물러나야 하는데 청와대 인사강행 등을 보면 정국을 풀기보다는 압박하려 했다. 당도 큰 거부감을 갖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 의원은 홍영표 원내대표의 스탠스를 답습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수도권 중심으로 한 중도층의 표심 잡기 위해서라도 대화와 협치를 통해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면서 지지층이 원하는 개혁적인 안들을 하나 둘 씩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당은 선거제개혁안과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강행에 맞서 장외투쟁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임시국회는 본회의 한번 열지 못한 채 종료됐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당으로서 당리당략에 집착할 게 아니라 국회 질서를 존중하고 야당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의 비정상적인 부분에 대해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