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양주시 소재의 한 유치원에서 원아들을 성추행하고 학대한 정황이 포착됐다.
남양주시 진건읍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H 유치원. 이모 원장과 그의 남편 김모 이사장을 중심으로 5세, 6세, 7세 각반 담임교사 3명이 함께 일을 했다. 원아 60여명이 채 되지 않는 소규모 유치원이다.
이곳에서 원장의 남편은 ‘이사장’으로 통한다. ‘유치원알리미’ 사이트에 공시된 H 유치원의 교직원 수는 총 5명. 원장 1명에 정교사 3명, 사무직원 1명이다. 교사 자격증이 없는 김 이사장은 사무직 직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유치원의 실권은 사무직원인 김 이사장이 쥐고 있었다는 게 교사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해당 유치원의 각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4월. 교사 3명이 동시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부터다. 1년 여간 근무해온 3명의 교사는 원장, 이사장 부부의 비상식적인 유치원 운영방식과 강압적인 지시에 못 이겨 퇴사를 결정했다. 이후 그동안 겪었던 일을 부모들에게 털어놨다.
▲ “이사장이 아이들 볼 깨물었다”…학부모, 성추행 혐의로 고소
무엇보다 부모들을 아연실색케 한 부분은 성추행이다. 교사들과 당시 추행을 겪은 아이들의 증언은 일관된다. 김 이사장이 일부 아이들에게 뽀뽀를 하는 것은 물론 볼을 이로 깨물었다는 것이다. 대상이 된 아이들은 각 반에서 2~3명으로 정해져 있었다. 여아뿐만 아니라 남아도 피해를 입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소아 성추행, 위생 등의 문제로 교사와 아이들 간의 스킨십을 지양하는 추세다. 더구나 이성 교사와의 뽀뽀는 부모들의 반발도 거세다. 김 이사장의 뽀뽀는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라 볼 수 있다.
아이의 볼을 깨무는 행위는 명백한 추행인 동시에 학대다. 교사들은 김 이사장이 아이들에게 뽀뽀를 하다가 볼을 깨물었으며, 그중 한 아이는 잇자국이 난 상태로 볼이 빨갛게 부어올라 연고를 발라줬다고 기억했다. 증언에 따르면 보다 못한 한 교사가 “부모에게 뭐라고 이야기할 것이냐”며 김 이사장에게 따져 묻자 그는 “내가 그걸 부모에게 어떻게 말하느냐. 선생님이 잘 이야기해달라”고 지시했다. 상황을 인지한 부모들은 현재 김 이사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고속도로 달리다 멈춘 버스…아이들 안전까지 위협
정서적 학대도 있었다. 교사 등의 증언에 따르면 이 원장과 김 이사장은 원생들 앞에서 종종 목소리를 높이며 부부싸움을 벌였다.
이들 부부의 다툼은 아이들의 안전까지 위협했다. 지난해 11월10일 이들 부부는 7세 반 원생 15명, 교사 3명과 인천 강화도로 졸업여행을 떠났다. 당시 차량은 김 이사장이 운전했다. 출발하기 전부터 시작된 이 원장과 김 이사장의 다툼은 고속도로에 진입한 후에도 계속됐다. 김 이사장은 이 원장에게 “네가 운전하라”며 갑자기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웠다. 당일 동행했던 교사들은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며 “차가 정차해 있던 5분 동안 아이들과 교사 모두 공포에 질려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고속도로에서는 고장이나 부득이한 사유가 아니면 주정차할 수 없다.
학대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졌다. H 유치원은 전력량을 핑계 삼아 냉난방을 제한했다. 반면 이 원장과 김 이사장이 지내는 원무실은 항상 쾌적했다는 것이 교사들의 설명이다. 한 교사는 “아이들이 지난여름 더위에 매우 고통스러워했다”며 “한 겨울에는 아이들에게 두꺼운 외투를 입힌 채 수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수도 시설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유치원 세면대에서 나오는 수돗물은 아이들을 씻기는 데에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교사들은 “점심식사 후 원아들이 양치하고 손을 씻는데 물이 한 두 방울밖에 나오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분노했다.
▲유치원 내부에 CCTV 없어…원장 “제기된 의혹, 전혀 사실이 아냐”
답답한 것은 이러한 아동학대, 성추행 등의 장면을 담은 CCTV가 없다는 것이다. 학부모와 교사들이 분통을 터트리는 지점이다. CCTV는 아동 학대 사건의 결정적 역할을 한다. ‘유치원알리미’에 따르면 H 유치원 건물 내 CCTV는 모두 3개다. 그러나 모두 꺼져있는 상태다.
위험천만한 고속도로 갓길 정차 사건도 마찬가지다. 학부모들은 유치원 차량 내 블랙박스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김 이사장은 “졸업여행 당시 차량 블랙박스는 없다”며 거부했다. 어린이 통학버스 블랙박스 설치는 의무가 아닌 탓에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
이 원장은 학부모들의 주장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를 통해 “김 이사장이 애들을 너무 예뻐해서 뽀뽀를 한 것”이라며 “절대 깨물지 않았다. 너무 억울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이사장은 해명을 요구하는 학부모들과의 대화에서 “50대 후반 되다 보니까 애들이 예쁘고 귀여워서 그랬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고속도로 정차 사건과 원내 냉난방, 수도사용을 과도하게 제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이 원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학부모와 약속한 유치원 보완사항에는 냉난방과 수도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쿠키뉴스는 김 이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속적으로 접촉했지만 김 이사장은 취재를 일체 거부했다.
정상화를 약속했던 H 유치원은 지난 8일 돌연 문을 닫고 폐원 절차를 밟고 있다.
학부모들은 다른 유치원을 알아보느라 애를 태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은 죄책감이다. 유치원 가기 싫다는 아이의 말을 가볍게 여겼다는 이유에서다. “아이가 볼에 상처가 났다고 말했을 때 안 보냈으면…” 피해 아동 학부모는 눈물로 고통을 호소했다. 일부 아동은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사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교사들은 “‘부모에게 연락이 왔다’는 거짓말까지 하며 아이들을 지키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당시 김 이사장과 이 원장이 무서워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며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쿠키뉴스 기획취재팀 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신민경 기자 spotl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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