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가 주관하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신동근‧이동섭 의원,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김세연 의원, 교육위원회 조승래 의원이 공동주최하는 ‘게임이용,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1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세계보건총회(WHA)에서 오는 20일부터 국제질병분류 제11차 개정판(ICD-11)에 ‘게임이용 장애’ 등재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각계 인사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신동근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하는 것을 두고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이 자리는 게임이용 장애의 질병코드 등록 이슈를 두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고 밝혔다.
주제 발표를 맡은 이경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는 “의료화란 인간, 사회적 문제를 질병으로 파악하고 의료적으로 진단하는 문제를 일컫는다. 이것이 과잉되면 문제가 된다”며 “게임도 중독이라고 규정하는 것부터 의료화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질병의 관점이 아니라 자기 통제력 발달의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 게임의 선용은 개인의 선택일 뿐만 아니라 문화 활동으로 발전시킬 사회적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이상규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교수가 알코올 중독과 같이 게임 중독 역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며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장애 질병 등재를 찬성했다.
그는 자신의 진료 경험에 빗대 “사용장애의 가장 주요한 개념은 조절 불능이다. 알코올과 도박 사용장애는 공존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불안 장애와 수면 장애 등을 동반할 가능성이 적어도 50% 이상”이라며 “대부분의 게임 사용자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기능적인 문제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겐 적절한 치료와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은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 선정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게임이용 장애라는 진단이 생기는 순간 게임에 대한 혐오가 생긴다”며 “도와줘야 할 사람이 있다면 누가 보든지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ICD-11에선 그게 안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승범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이야기도 있고 음악도 있고 디자인도 있는 게임은 문화 콘텐츠의 ‘끝판왕’”이라며 “알코올 중독이라고 하지 위스키 중독, 소주 중독이라고 하지 않는다. 게임 중독이 아니라 인터넷 중독을 먼저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박 과장은 게임 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따라 게임 산업에 약 10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서울대학교 산업연구단 연구 결과를 들며 “게임산업이 이대로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과장은 “질병코드는 질병코드일 뿐”이라며 “과잉의료가 있고 과잉 접근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 있다면 복지부와 함께 대처해야 한다. 질병코드가 도입된다면 기준이 명확해 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격한 입장 차이로 인한 패널 간 설전도 벌어졌다.
김윤경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시민연대 정책국장은 “강서 PC방 사건, 3개월 아기가 배곪다가 죽은 사건, 중국에서 PC방 안 보내준다고 부모를 살해한 사건 등이 병이 아니면 무엇이냐”며 “게임이라는 국가산업이 성장하는 동안 폐해는 늘었고 학부모 근심만 늘었다.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게임회사는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튜브 콘텐츠 크리에이터 ‘대도서관’ 나동현은 “게임이 중독이고 질병이라는 것은 내가 겪어본 바로는 아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중독이 아니라 게임을 더 잘하고 싶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집안에서 부모와 다투게 되면 그 복잡한 부분들을 설명해봐야 알아들을 수 없다. 소통이 안 되니까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우리 아이가 게임 때문에 바뀌었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일규 의원은 “설탕의 문제와 당뇨병의 문제는 다르다. 게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숨어있는 문제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게임·e스포츠 선두국가인 만큼 사회적인 문제를 풀어나가 데도 우리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토론을 정리했다.
김세연 의원도 “이날 토론을 통해 이견을 좁힐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며 “이날 토론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눠 대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