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의 케이블 인수 및 합병이 본격화되면서 지역방송 공공성 유지를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헌법상 지역분권화의 의미와 지역 방송 역할을 분명히 제시해 시장성을 따라가기보다 지역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방송학회는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유료방송 시장구조 변화에 대응한 방송 지역성 개념 정립 및 향후 정책방안'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CJ헬로 지분 50%+1주를 8000억원을 들여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은 최근 SK텔레콤은 티브로드를 합병·인수한다며 지난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허가 및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와 같이 유료방송 시장 재편이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방송 전문가들은 케이블TV 지역성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케이블TV 가입자가 IPTV로 전환하면서 수익이 줄고, 이에 따라 지역 맞춤형 프로그램 등을 제작하기가 어려워져 지역방송이 가진 공익성·지역성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방송은 지역채널을 운영하며 지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지역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역성'의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M&A 이후에도 지역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합산규제 일몰과 권역규제 완화 철폐로 시장은 자유로워지겠지만 지역성을 구현하기 위한 별도의 영역에 대해선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LG유플러스 등 인수합병에 나선 통신사에서는 지역성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지만 구체적 계획은 아직까지 공개된 바 없다.
발제자로 나선 김희경 성균관대 교수는 “기업 인수 및 합병이 본격화되면서 지역성 이슈가 부각되어야 하지만 시장 논리에 의해 묻히고 있다”며 “결합 유형에 따라 지역 채널 정체성이나 법적 성격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모호한 상태”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정부의 지역방송 지원 정책은 현재 지역방송 콘텐츠 유통을 어떻게 전국화‧글로벌화할 것인지, 어떻게 자본화할 수 있는지에 집중돼 있다. 즉 지역의 특수성이나 공공성보다 시장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다.
김 교수는 “그동안 지역성을 경제적인 개념으로 여겼지만 지역성은 공공재 개념으로 인식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사의 지역채널 활성화 계획과 공공성 확보 방안을 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치재’로 인정받은 지역방송에 정부가 ‘지역방송발전기금’(가칭)을 조성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지역방송국 수십 곳에 배분할 방송발전기금 총액은 42억원이다. 캐나다 정부가 지난 2011년 총 1억600만불(약 1700억원)을 지원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또 다른 발제자인 송종현 선문대 교수는 케이블TV가 지역채널을 운영해야 하는 의무가 적혀있기 때문에 통신사가 이를 인수‧합병할 때 지역채널 운영 의무도 함께 승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다만 지역 지상파 방송에 버금가는 각종 의무를 부여받는데 반해 지역채널 발전을 위한 지원은 공백이기에 지역방송발전지원 특별법에 이를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합토론에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무엇보다 유료방송의 지역성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민을 위한 방송이란 점’은 발제 후 토론 참여자들 모두가 동의했다.
그 중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유료방송 M&A가 마무리되더라도 현행 78개 권역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역이 사라지면 지역채널 존재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보편성‧시장성에 근거한 방송프로그램에 치중하다보면 지역민들을 위한 지역 뉴스 등을 다루는 주체가 사라진다는 이유다.
다만 안 위원은 “지역방송의 중요성에 대해 정부가 근시안적이고 안일한 시각을 갖고 있다"며 “지금 인수‧합병 문제가 오래 됐음에도 여전히 지역채널을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잡아갈 것인지 그 어떤 액션플랜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분리된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방송통심 담당 정책국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그는 “사실 지역채널은 과거에는 방통위 소관이었으며, 과기정통부로 옮긴 이유는 ‘일자리 창출’이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방송통신을 담당하는 방송정책국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