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재합법화를 위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전교조와 전국 시민사회원로·단체는 2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에 촉구서한을 전달했다.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 김중배 전 MBC 사장,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신경림 시인, 신학철 화백,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황석영 소설가 등 시민사회원로 326명은 촉구서한을 통해 “촛불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전교조를 비롯한 노동문제를 바로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우리는 대통령이 한 말을 잊지 않고 있다. 적폐청산의 첫걸음은 바로 전교조 법외노조 만행 취소다. 지금 당장 ‘전교조 법외노조’라는 불법 딱지를 떼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1610개 전국시민·사회단체도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서한문을 통해 이날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촉구했다.
전교조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오는 25일까지 정부에 법외노조 취소에 대한 통지를 요청했다. 오는 21일부터 25일까지 전국학부모단체, 시도교육감협의회, 전교조 및 공무원노조 해고자, 퇴직조합원 등이 법외노조 취소 기자회견을 진행할 방침이다. 학내에 법외노조 취소 관련 현수막 걸기, 광화문 농성 등도 병행된다.
전교조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1999년 합법노조로 인정받았다. 결성된 지 약 10년 만이다. 그러나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고용노동부는 “해직 교사는 조합원이 될 수 없다”며 전교조에 ‘노조 아님’ 통보를 내렸다. 이후 전교조에서 노조 전임으로 활동하던 교사 34명이 해고됐다.
전교조는 재합법화될 수 있을까. 여론은 재합법화를 바라는 쪽이 우세하다. 전교조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간 조사, 지난 1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2.9%가 전교조 재합법화에 찬성했다. 반대 38.9%, 잘 모름 8.2%로 집계됐다. 전교조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는 54.5%가 ‘신뢰한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사법농단 피해 구제 방안으로 재합법화를 주장한다. 전교조 법외노조화가 사법거래의 대상이 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달 2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관련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임 전 차장이 불러주는 대로 재판거래 문건을 작성했다”며 “임 전 차장으로부터 ‘(박근혜) 청와대가 전교조 사건을 최대 현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만약 재항고를 기각하면 역풍이 불 수 있고 사법부에 대한 보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배경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 이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지난 2016년부터 대법원에 계류된 상태다.
전교조 측은 정부가 직권으로 법외노조 취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현진 전교조 대변인은 “법외노조 통보 자체가 고용노동부의 행정행위로 이뤄졌다 법외노조 취소 통보 역시 행정행위로 이뤄질 수 있다”며 “법외노조 통보와 함께 해직된 교사들의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은 언제 내려질지 알 수 없다. 정부가 신속하게 ‘결자해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고용노동부 등은 대법원의 판결과 국회의 법 개정을 통해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직권취소 할 수 없다는 방침이 여전한가’라는 질문에 “법률 개정 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