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삼성 하수인 전락 경찰, 꼬리 자르기 말고 ‘진짜’ 책임자 처벌”

금속노조 “삼성 하수인 전락 경찰, 꼬리 자르기 말고 ‘진짜’ 책임자 처벌”

기사승인 2019-05-21 09:31:00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21일 “삼성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경찰, 꼬리 자르기 아닌 진짜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이는 노조 권리 등을 주창하며 숨진 고(故)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양산분회장 시신 탈취 사건에 경찰의 조직적 개입이 만천하에 드러난 데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제기한 것이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경찰 측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14일 진상조사위는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이 노조 탄압에 맞서 숨진 염 분회장 장례 과정에 삼성 측을 대신해 적극 개입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염 전 분회장의 장례가 애초 노조장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지게 된 배경에 당시 경찰청-경남경찰청-양산경찰서 라인의 정보경찰이 적극 개입한 때문이라고 했다.

노조장으로 치러지면 여론 악화 등을 우려한 삼성 측이 경찰에 요청했고, 정보경찰이 사실상 삼성의 대리인 역할을 했다는 게 진상조사위 결론이다.

경남지부는 “지난해 삼성전자 본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드러난 6000여 건의 부당노동행위 자료에는 각종 노조파괴 전략은 물론 노조활동 전반에 대한 단계별 대응 지침, 마스터플랜이 있었다”며 “행정기관에 삼성의 입김이 닿고 있다는 의혹이 증폭됐는데, 그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 이번 염호석 열사 사건과 관련한 경찰과의 ‘공생’ 관계”라고 지적했다.

경남지부는 “하지만 진상조사위 권고는 공허한 메아리로 남았으며, 책임자를 밝혀내기 위한 노력은 없다”며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 일부 관련자들만이 재판받고 있을 뿐, 이마저도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발표 전부터 진행된 재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국가권력을 사유화했고, 사유화한 권력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극단적으로 보여준 염호석 열사 사건은 일부 경찰의 문제가 아니라 경찰 전체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경남지부는 이날 오전 경남경찰청 앞에서 이 사건과 관련한 재조사와 정보보고 공개, 당시 경찰청장과의 관계를 밝히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고 염호석 양산분회장 시신 탈취 사건이란?

2014년 5월17일 오후 1시18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고(故) 염호석 양산분회장이 강원도 강릉 모 처에 주차한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승용차 안에는 염 분회장이 작성한 유서가 있었다.

이 유서에는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다"며 "나 하나로 인해 지회가 승리하기를 기원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는 유서 마지막에 "(저의)시신을 찾게 되면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달라"며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해 이곳(정동진)에 뿌려 달라"고 적었다.

그는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수리기사로 일했지만, 정작 삼성전자서비스 소속이 아니었다.

이 같은 사정은 염 분회장만이 아니었다. 현장 수리기사 모두가 그랬다.

이들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뭉쳤고, 그 결과 2013년 7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처음 설립됐다.

염 분회장이 있던 양산분회는 노조 투쟁에 있어 전국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이었던 곳이었고, 그는 양산분회를 이끌던 분회장이었다.

삼성 측은 염 분회장 사망 후 이를 계기로 노조 투쟁이 더 강경해질 것을 우려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 염 분회장의 장례를 노조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빨리 치르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들 정보경찰은 염 분회장의 시신을 몰래 빼돌리는 과정에도 개입했다.

노조는 염 분회장의 아버지가 “가족장으로 치르겠다”고 하자 “고인의 뜻에 따라 노조장으로 치르게 해 달라”고 반발했다.

이에 장례식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준비하는 노조원들 몰래 염 분회장의 시신을 빼돌리기 위해 허위 내용의 112신고를 지시했다.

현장에 250여 명의 경력이 도착하자 노조와 대치하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혼란한 틈을 타 염 분회장의 시신을 빼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 경찰관들은 염 분회장의 시신을 화장하려는 과정에 필요한 서류를 받기 위해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염 분회장 화장은 애초 정해진 날짜보다 앞당겨 진행됐다.

당시 양산경찰서 정보계장은 삼성전자서비스 사측 관계자로부터 1000만원을 받았다.

정보계장은 이 돈으로 옷을 사 동료들에게 나눠 줬고, 일부를 당시 양산경찰서 정보과장에게 줬다고 했다.

하지만 정보과장은 “돈을 받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현재 이들은 부정처사후수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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