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최저임금 제도를 두고 고용주와 노동자 모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임금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인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를 열고 ‘최저임금 현장 실태 파악 결과’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일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사업주가 고용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 노동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노동도 확대됐다. 초단시간 노동에는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정부 공식 결과로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은 지난해 16.4%, 2019년 10.9%를 기록했다. 최저임금은 지난 2017년 6470원에서 2019년 8350원으로 크게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고용주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월 공개한 ‘2018 전국 소상공인 실태 조사’에서 소상공인의 76.4%는 “최저임금이 높다”고 답했다. 지난 2015년 같은 조사에서 최저임금이 높다고 답한 소상공인은 7.5%에 불과했다. 2015년 최저임금은 5580원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졌을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실질임금은 제자리라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라 정기상여금 일부와 숙식비·교통비 등 복리후생비 일부가 최저임금으로 산입됐다. 정기상여금 중 최저임금 25%의 초과분, 복리후생비 중 최저임금의 7% 초과분 등이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최저임금 개악 피해사례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최저임금법을 개악하며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고 지적했다. 상여금을 삭감해 기본급화시키거나 교통비·식비를 삭감 또는 기본급에 포함하는 사례들이 발표됐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한 노동자는 “기존에는 식대를 식권으로 지급하다가 현금 지급을 바꾸었다”며 “최저임금 인상 전이나 후나 제가 받는 급여는 똑같다. 최저임금에 미치지도 못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제도 대신 새로운 임금 제도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제도 자체가 저임금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노동시장이 바뀌었기에 제도 자체도 일부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새로운 임금체계가 만들어진다면 복잡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처럼 산입범위 해석을 두고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간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헌주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저임금·저세금 체제에서 벗어날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며 “최저임금만으로는 적정시간 노동을 해도 생활이 어렵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생활임금’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세율을 높이고 사회보장을 늘리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