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합정 상권, 서울 내 임대료 인상률 최고라는 말에 ‘갸우뚱’

“임차인이 갑…계약서 그대로, 임대료 낮게 받는 곳도”

기사승인 2019-05-24 05:05:00

지난해 서울에서 임대료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홍대·합정 일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실제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현지 중개업소 및 가게들은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해 공실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료 인상률이 서울 최대라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24일 상가정보연구소가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현재 홍대·합정 상권 임대료 상승률은 22.58%에 달해 서울시 주요 상권 중 가장 높았다. 2017년 4분기 당시 홍대·합정 상권의 임대료 상승액은 1㎡당 5만5800원이었으나, 지난해 4분기에는 6만8400원이었다. 3.3㎡당 평균 20만원 수준인 것.

하지만 실제 홍대·합정 일대 부동산중개업소 등을 취재해본 결과 “말도 안 된다”며 입을 모았다. 안좋은 경기 등의 영향으로 그나마 있던 상가들도 빠지고 있을뿐더러, 그런 임차인들을 잡기 위해 임대인들은 임대료를 낮추고 있는 상황도 펼쳐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정 일대 A중개업소 대표는 “막말로 요새는 임대인이 아닌 임차인이 갑인 상황”이라며 “임대인 입장에서 공실로 비워두는 거보다는 적은 돈을 받더라도 임차인이 있는 게 나은 입장이기 때문에 임차인들의 눈치를 본다”고 말했다. 이어 “메세나폴리스나 그 뒤편으로 가보면 공실이 상당히 많다”고 덧붙였다.

B중개업소 대표는 “현재 상가임대차보호법상 5% 이상 임대료를 못 올리기 때문에 임대료를 너무 낮췄다간 다시 올리는게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그래서 계약서는 그대로 놓고 실질적으로 임대료는 깎아주는 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인 입장에선 나중에 경기 회복되거나 장사가 잘 될 경우 그 때 계약서 상 명시된 임대료에서 5% 인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첫 계약기간을 포함한 전체 기간이 10년 이하에서 행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월세와 보증금에 대해 기존 금액의 5% 이상 올릴 수 없다. 임대인 입장에서 섣부르게 임대료를 낮췄다간, 훗날 다시 올려야만 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 당초보다 못한 수준으로 밖에 인상이 안 될 수 있다.

현재 합정 일대 목이 좋은 상가 평균 임대료는 3.3㎡당 15만원 수준이다. 그 아래로 층수 등에 따라 8~10만원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이들은 같은 동네라고 할지라도 위치와 소비자층에 따라 임대료가 천차만별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층 등을 떠나 단순히 지역별로만 봐도 홍대와 합정은 전혀 다른 상권이라는 설명이다.

A중개업소 대표는 “임대료 인상률이 가장 높다는 결과는 아무래도 합정보다는 홍대 메인거리가 포함됐기 때문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어 “홍대 쪽에서 합정, 상수로 넘어올수록 연령대와 상권 단가가 높아진다. 홍대 쪽은 학생들이 많은 반면, 합정 일원은 직장인들이 많다”며 “소비층이 다르다보니 상대적으로 홍대는 시간, 물가 등에 구애받지 않아 합정 일대보다 상대적으로 상권이 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익대학교 앞에서 오래전부터 화방을 운영하는 A씨는 “메인 홍대거리 쪽 임대료가 많이 올랐다”며 “그쪽 말고는 딱히 오른 거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인마다 다르기야 하겠지만 우리만 하더라도 몇 년 전부터 임대료를 동결시켰다”고 덧붙였다.

홍대 메인 거리에 위치한 임차인들은 높은 임대료에 하소연했다. 요식업 장사를 하는 한 업주는 “언론사들은 인건비 올려서 장사를 못한다고 하던데 이는 뭘 모르는 이야기다”라며 “우리 같이 작게 장사하는 사람들이 가게 문을 닫는 이유는 인건비 보다 임대료 상승 영향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월세 보증금을 환산하는 방식은 홍대·합정 일대가 강남 상권보다 셌다. 홍대·합정의 경우 월세 5만원과 보증금 1000만원을 같은 금액이라 보고 있다. 반면 강남 상권의 경우 월세 4만원에 보증금 1000만원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예컨대 평당 15만원인 상가가 있다. 총 10평이면 150만원. 여기서 월세를 100만원을 받고 나머지 50만원을 보증금으로 돌린다고 치면, 월세 5만원당 보증금은 1000만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증금은 1억이 되는 셈이다. 여기서 월세 5만원을 깎게 되면 해당 5만원이 보증금으로 들어가 1억1000만원이 되는 것. 반대로 월세를 5만원 늘리면 보증금은 9000만원.

B중개업소 대표는 “강남에서 장사하던 사람이 홍대·합정 쪽으로 넘어오면 놀란다”며 “4만에 1000만하던 게 5만원에 1000만원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