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부영그룹은 각각 공공과 민간을 대표하는 임대사업업체다. 두 기업은 모두 서민들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했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재판을 받고 있는 민간기업 부영과는 달리 공기업 LH를 대상으로는 아무런 감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의 공기업 봐주기 식 처분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LH는 판교 10년 공공임대아파트 분양전환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잡아 서민들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국토교통부는 일찌감치 LH 손을 들어준 상황. 현 분양전환가 산정방식이 법에 근거할 뿐 아니라 계약 당시 입주자들에게 고지된 만큼 문제가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같은 임대사업을 하는 민간건설사 부영은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공기업인 LH를 봐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이유다. 이중근 부영 회장은 지난해 2월 임대주택을 고가로 분양전환해 폭리를 취한 혐의로 기소돼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 연합회에 따르면 이번 판교에서 분양전환을 통해 LH가 가져갈 시세차익은 약 1조원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현행법 내에서 폭리를 누렸다는 부영조차도 감정가액보다 저렴한 확정분양가(건설원가·적정이윤)로 분양전환을 했다”며 “LH는 법정 상한선인 시세 감정가액으로 분양전환을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업계도 부영 입장에서 억울한 면이 있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폭리를 취했는지 진실 여부를 떠나 같은 논란이 일고 있음에도 부영만 조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초 공기업과 사기업은 존재 목적이 달라 단순 비교는 하기 어렵다”면서도 “폭리 관련 사항만을 놓고 본다면 부영 측에선 억울한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상 임대료 인상 상한이 5%로 제한돼 있는 만큼 부영은 이 안에서 상승시켰을 텐데, LH는 올릴 수 있는 상한선까지 올렸음에도 정부 차원에서 아무런 감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임대사업지의 땅값이 오르면 정해진 범위 내에서 임대료를 올려 이익을 추구하는 건 사기업에게 있어 당연한 행위”라며 “이를 두고 사기업 부영에게는 폭리를 취했다고 재판을 받게 하고, 더한 시세차익을 볼 공기업 LH에게는 아무런 감사가 이뤄지지 않는 건 부영 입장에서 충분히 차별이라고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