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맥주의 종가세 전환을 골자로 하는 단계적 주세 개편안을 당정 회의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류업계에서 쌍수를 들고 있다.
그러나 막걸리와 전통주 업계에서는 단계적 개편안의 원인이 소주인 만큼, 막걸리와 전통주 역시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당정 협의에서 우선 맥주만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단계적 주세 개편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합의된 주세 개편안 제출 일정은 본래 예정 시일인 3월보다 한 달 이상 넘긴 현 시점까지 미뤄졌다. 기재부가 명확하게 기일을 정하지 않은 탓에 전전긍긍하던 업계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종가세 전환을 골자로 하는 주세법 개편 논의는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과세 역차별 문제에서 비롯됐다. 종가세는 출고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와는 차이가 있다.
과세법상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 등을 모두 더한 순매가에, 제조원가의 72%와 주세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를 매긴다. 반면 수입맥주는 공장출고가와 운임비가 포함된 수입신고가를 기준으로 과세돼 형평성 논란이 계속돼왔다.
막걸리·전통주 업계에서는 주세체계 개편이 진일보한 것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그 대상이 맥주에 한정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막걸리와 전통주 역시 낡은 주세법에 막혀 활로가 끊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통주는 특히 종가세로 인한 가격 상승폭이 크다. 좋은 원료로 술을 빚은 뒤 고급 패키지로 제품을 만들면 출고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현재의 종가세에서 알코올 도수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전환될 경우 이러한 부담이 덜어진다.
막걸리는 과세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법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막걸리는 탁주로 분류돼 소주·맥주 72%, 기타주류 30%보다 낮은 15%의 과세를 적용받고 있다. 그러나 법에서 정하는 ‘막걸리’의 범위가 좁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주세법은 탁주를 ‘물과 누룩 등을 원료로 발효시킨 술덧을 여과하지 않고 혼탁하게 제성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법적으로 정의된 첨가제만을 넣을 수 있다. 통상적으로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밤막걸리, 옥수수막걸리 등은 주세법상 탁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리돼 세금이 오르게 된다. 맛과 향을 위해 착향료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유통경로도 달라진다. 탁주와 약주, 청주 등은 법적으로 특정주류도매업자가, 기타주류는 종합주류도매상이 취급하게 된다. 따라서 전통주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유통채널 확보를 위해 향이 첨가된 막걸리 등을 특정주류도매업자가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막걸리 업계 관계자는 “바나나 막걸리나 알밤 막걸리 등은 원물을 아무리 많이 넣더라도 착향료 없이는 맛과 풍미를 낼 수 없다”면서 “다양한 막걸리를 개발·판매하기 위해서는 착향료가 필수불가결한데 이렇게 되면 세금 (증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께 과일막걸리 호황이 있었지만 (과세 때문에) 정작 실질적으로 얻은 이익은 크지 않다”면서 “현재 종가세 전환에만 이목이 집중돼있지만 이러한 부분도 관계부처에서 살펴봐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