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바비킴 “아기 얼굴 어플이 뭐예요?” 물은 이유

[쿠키인터뷰] 바비킴 “아기 얼굴 어플이 뭐예요?” 물은 이유

바비킴 “아기 얼굴 어플이 뭐예요?” 물은 이유

기사승인 2019-06-06 07:00:00

가수 바비킴은 자칭 ‘SNS 바보’다. 이메일 계정도 3년 전에야 처음 만들었을 정도다. 그가 뒤늦게 이메일을 만든 건 인스타그램에 가입하기 위해서였다. 원하는 아이디를 적으라기에 ‘bobbykim’이라고 입력했는데, 정작 ‘bobbykim5268’이라는 계정이 생겼다. 최근 서울 선릉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바비킴은 “인스타그램 아이디에 ‘5268’이 왜 붙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바비킴이 많아져서, 컴퓨터가 숫자를 정해줬나 봐요.” 억울함이 실린 목소리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바비킴은 아기 얼굴을 만드는 방법에도 관심을 보였다. “요즘 유행하는 아기 얼굴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바비킴) “‘스냅챗’이라는 어플로 찍으면 돼요”(기자) “스냅챗? 내 휴대폰엔 그런 거 없는데.”(바비킴) “…다운로드를 해야 어플이 생기죠.”(기자) 그에게 어플을 설명하는 과정은 다소 험난(?)했지만, 인스타그램에 재밌는 사진을 올려 팬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이 귀엽게 느껴졌다. 

‘SNS 바보’라는 바비킴은 왜 인스타그램에 열심일까. 그는 “활동을 하지 않으니 (SNS가 아니면) 팬들과 소통할 방법이 없어서”라고 했다. 바비킴은 2015년 1월 기내 난동 사건으로 구설에 오른 뒤 5년 가까이 활동을 중단했다. 당시 그는 항공사의 발권 실수로 좌석을 잘못 배정받게 되자 소란을 피운 혐의로 기소돼 벌금 4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긴 시간 자숙해오던 바비킴은 지난달 17일 새 미니음반 ‘스칼렛’(Scarlette)을 내 가요계에 복귀했다. 4년 7개월 만에 낸 음반이다.

‘스칼렛’을 만들기 전까지, 바비킴의 삶에선 음악이 지워졌다. 음악을 듣거나 만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TV도 멀리 했다. ‘이대로 가다간 (연예계에서) 은퇴하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바비킴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부모님의 결혼 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기념일을 축하하면서 ‘사랑 그놈’을 부르던 그의 눈에, 환하게 미소 짓는 부모님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 미소에 바비킴은 다시 음악을 하겠노라 마음먹었다.

그는 음반을 작업하는 내내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어떤 작전 없이 지금 내가 느끼는 바를 담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바비킴은 작년 2월부터 만든 12곡 가운데 5곡을 선별해 음반에 담았다. 가상의 여성을 음반의 주인공으로 설정해 ‘스칼렛’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빈티지한 노래 분위기에 맞게 고풍스러운 이름을 골랐다고 한다. 

“음반을 통해 주고 싶었던 메시지요? 글쎄…, 쉽게 답이 안 나오는 걸 보니까 없었던 것 같아요. 대신 중요하게 생각한 건 있죠. 악기 소리와 내 목소리가 제대로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거. 큰 규모의 편곡보다는 건반·기타·베이스·드럼 구성에 제 목소리만으로 노래를 만들었어요. 동료들은 ‘음악이 부드러워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줘요. 사실 제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은 ‘퀄리티가 좋아졌다’였는데…(웃음)”

MBC ‘복면가왕’ 등 방송 활동에도 시동을 걸었지만, 바비킴은 “오직 콘서트 무대”만을 바라보고 있다. 꿈에서도 콘서트를 할 정도로 공연을 향한 그의 열정은 뜨겁다. 그는 “콘서트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 또 팬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했다. 새 음반 발매를 기념한 공연도 구상 중이다. 구체적인 시간이나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초심으로 돌아가서 준비하려고 한다”며 “소극장 콘서트를 열고 싶다”고 귀띔했다. 

데뷔 25년차 가수의 연륜이란 이런 걸까. ‘초심’을 강조하면서도, 바비킴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그는 “나는 이미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어학당에 다니던 시절 품었던 꿈이다. 당시 그는 지하철에 탄 사람들을 보며 ‘언젠가 내 목소리로 당신들에게 도움을 주겠어’라고 다짐하곤 했단다. 바비킴은 2004년 발표한 ‘고래의 꿈’이 그 때 그 꿈을 이뤄줬다고 했다. “편하게 꾸준히 오래” 음악을 하는 것. 바비킴이 가진 새로운 꿈이다.

“오래 기다려주신 팬들에게 고맙고 덕분에 행복해요. 콘서트는 물론이고, 소속사에 ‘TV에도 많이 나가겠다’고 약속했으니 자주 팬들을 뵐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열심히 사는 바비킴이 되려고요. 혹시 나중에 연애라도 하게 되면 그 때 다시 연락드릴게요. 하하하.”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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