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B1A4 산들 “인생 굴곡 경험해보니…싫지만은 않네요”

[쿠키인터뷰] B1A4 산들 “인생 굴곡 경험해보니…싫지만은 않네요”

B1A4 산들 “인생 굴곡 경험해보니…싫지만은 않네요”

기사승인 2019-06-11 07:00:00

지난 4월, 독일 베를린의 한 폐공항. 작곡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곡을 쓰던 이 곳엔 그룹 B1A4의 멤버 산들도 있었다. 사방이 하얀 방에서 그는 핀란드 국적의 작곡가 안티 하인니넨(Antti Hynninen), 독일의 싱어송라이터 윌 처치(Will Church)와 머리를 맞댔다. 언어 장벽 때문에 보디랭귀지를 쓰면서도 산들은 즐거웠다. 세 사람이 합심해 만든 멜로디에 산들은 엇갈린 남녀의 이야기를 가사로 붙였다. 얼마 전 본 영화 ‘비포’ 시리즈의 여운이 가슴에 남아 절절한 가사가 절로 써졌다. 산들의 두 번째 미니음반에 실린 ‘이 사랑’은 이렇게 완성됐다.

“처음엔 ‘송 캠프’라는 게, 모닥불 피워놓고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는 건 줄 알았어요.” 두 번째 미니음반 발매를 앞두고 서울 성지1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산들은 이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도심 한 복판의 폐공장에서 모닥불 같은 낭만을 기대하긴 어려웠을 텐데도, 산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새로운 노래가 만들어졌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내가 평소 부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고 말하는 목소리엔 산뜻한 자신감이 실렸다. 또 다른 수록곡인 ‘러브, 얼웨이즈 유’(Love, always you)와 ‘괜찮아요’도 산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노래들이다. 

산들은 ‘위로’와 ‘힐링’을 주제로 음반을 꾸렸다. 1년 전 ‘괜찮아요’를 쓰면서 떠올리게 된 주제다. 산들은 ‘괜찮아요’를 “내가 가장 괜찮지 않을 때 썼던 곡”이라고 소개했다. 당시는 소속사와의 재계약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 멤버였던 진영과 바로가 소속사를 떠나기로 하면서 B1A4는 5인조에서 3인조로 축소됐다. 산들은 “‘항상 보던 사람들인데, 이젠 그러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에 힘들었다”면서 “이후엔 마음을 많이 내려놓게 됐다”고 털어놨다.

“괜찮지 않은 상황을 경험해보니까, 오지랖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나는 내가 정말 밝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가 괜찮지 않을 땐 이런 상태가 되는구나.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라고 생각한 거예요. 당시에 제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노래에 써 넣었어요. 이후에 이 곡이 새 음반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고요.”

실의에 빠져 있던 때 산들의 마음을 달래준 노래가 있다. 가수 윤종신의 ‘오르막길’이다. 이 곡을 들으며, 산들은 ‘나도 이런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생각했다. 소속사를 통해 윤종신에게 타이틀곡을 의뢰했고, 음반과 동명인 ‘날씨 좋은 날’을 받을 수 있었다. 윤종신은 자신의 음반을 만들 때보다 더욱 공을 들여 노래를 썼다고 한다. 산들도 열심이었다. 윤종신이 가녹음본을 보내주자, “하룻동안 미친 듯이 연습해서” 자신 목소리의 가녹음본을 다시 만들어 보냈다. 그는 “노래를 부르다보니, (윤종신) 선배님이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았다”면서 “일부러 창법을 바꾸지 않았는데도 (윤종신과) 목소리가 겹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고 했다.

같은 팀 동료인 신우와 래퍼 딘딘도 도움을 보탰다. 신우는 수록곡 ‘사선’을, 딘딘은 ‘빗소리’를 작사·작곡했다. 공찬은 산들과 함께 ‘러브, 얼웨이즈 유’를 불렀다. 산들은 “큰 그림이 따로 있었다”면서 “이 곡을 들으신 분들이 (공)찬이와 저의 듀엣 음반을 기대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에겐 또 다른 ‘큰 그림’이 있다. “음반에 실리지 않은 찬이와의 듀엣곡이 2곡 더 있거든요. 그런데 이 중요한 사실을…찬이도 아직 모르고 있어요. 으하하하.”

산들은 음악의 힘을 믿는다. 음악에 실린 메시지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는지, 그 자신이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들은 자신이 노래를 부를 수 있음에 언제나 감사해한다. 벗어나고 싶었던 ‘괜찮지 않던’ 순간들도, 돌아보니 더 좋은 노래를 위한 양분이 되어 있더라고, 그래서 마냥 슬프지 만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제 인생엔 굴곡이라는 게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런 굴곡을 겪어 보니까, 너무 힘들긴 했지만 마냥 싫지만은 아니더라고요. 깊이가 더욱 생기고 음악과도 가까워진 거 같고…. 그러면서 치유가 됐던 것 같아요. ‘넌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게, 낯간지럽지만 때로는 큰 힘이 되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노래로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저는 정말 행복해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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