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훈병원 장례식장 직영 대가가 연 5억원?

[단독] 보훈병원 장례식장 직영 대가가 연 5억원?

보훈공단-상이군경회 운영권 두고 은밀한 뒷거래… 보훈처는 원리원칙만

기사승인 2019-06-14 01:00:00

국가유공자들을 위한다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사장 양봉민, 이하 보훈공단)이 소관 의료기관인 서울중앙보훈병원(이하 중앙병원) 장례식장 운영문제를 두고 보훈단체와 거래를 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직영의 대가로 그간 장례식장을 운영해온 대한민국상이군경회(이하 군경회)에게 해마다 5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 문제는 이들의 거래를 상급기관인 국가보훈처(이하 보훈처)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피우진 보훈처장과의 갈등이 일부 풀어지며 훈풍이 부는 듯했던 보훈단체와 정부 사이에 다시금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 갈등과 충돌의 역사

갈등의 배경은 조금 복잡하다. 앞서 서울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은 사실상 30여년 전부터 상이군경회가 수의계약을 통해 운영을 맡아왔다. 이를 상이군경회는 다시 전우용사촌(군경회 신생특별지회) 회장에게 위탁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전쟁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모인 용사촌 운영과 소속 유공자들의 재활 및 자립을 지원하는데 쓰겠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사업을 맡아 운영했던 사업주가 수익금의 일부를 착복한 정황이 드러났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감사를 방해하는 등 영업권 및 착복금을 회수하려는 군경회 본회와 충돌했다. 사업주는 병원장 감금, 직원 폭행, 강제점거 등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사건은 법정다툼으로 이어졌고, 2016년 9월 사업권을 군경회가 회수하며 일단락되는 듯했다.

이후 1년여 간 군경회가 운영을 맡았던 장례식장을 두고 다시 갈등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김옥이 보훈공단 이사장은 1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장례식장의 리모델링하겠다고 제안하며 장례식장은 중앙병원이 직영하고, 장례차량이나 화환 등 부대사업만 위탁하는 부분직영체계로의 전환을 꾀했다. 군경회는 논의 끝에 이를 받아들였다.

충돌은 2017년 8월, 상호협의에 따라 장례식장이 리모델링에 들어가 2018년 5월 개장을 앞둔 상황에서 발생했다. 군경회는 30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지난해 5월 23일 원주혁신도시에 위치한 보훈공단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나섰다. 정권이 바뀌며 김 이사장에 이어 임명된 양봉민 보훈공단 이사장이 완전직영체제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시 군경회는 ‘상이군경을 기만하며 무능하고 무책임한 보훈공단 이사장 퇴진 결의대회’를 열고 “공단이 국가유공자에 대한 진료와 중상이자에 대한 재활을 통해 자립 정착과 복지 증진에 기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올리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국가유공자와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꾸는 보훈공단의 작태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매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무기한 집회가 계속될 것이라고 엄포했다. 그러나 집회는 며칠 이어지지 않았다. 보훈공단은 “노후한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수혜 폭을 확대하기 위해 공단 직영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라며 “업무는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됐고, 군경회도 (보훈공단의) 뜻을 이해하고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 군경회 철수 배경에는 정당한(?) 돈거래가 있었다

양봉민 보훈공단 이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을 현대화하고 직영화해 고객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는 선순환 경영구조를 확립하는 등 비정상적 관행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과연 군경회는 양 이사장이 언급한 의료·보훈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경영구조에 순순히 동의해 물러났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었다. 군경회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양 이사장은 군경회가 강하게 반발하자 김덕남 회장과 만나 연간 5억원의 복지기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했으면 10억~20억원은 벌었을 텐데 정권이 바뀌고 지시가 내려오니 할 수 없이 5억원을 받고 인계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조건 지원해주는 것은 아니다. 장례식장 운영수익금 중 지원받는 금액을 꼭 회원들의 복지사업에 쓰겠다는 확인을 받도록 돼있다”며 “지원약속을 받고 작년에는 6개월 운영에 따른 수익금 중 2억원을 지원 받았다. 금년부터는 5억원을 주기로 돼 있는데 줄지 봐야한다. 우여곡절 끝에 양보를 하고 받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보훈공단도 뒷거래 사실은 일부 인정했다. 보훈공단 고위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토지도 수십년 점유하면 인정해준다. 장례식장도 군경회가 몇십년 해왔는데, 그들의 입장에서 누리던 이익을 뺐기는 상황에서 깨끗하게 손 털겠다며 가져가라고 하겠냐. 서로 이련 면에서 약간의 논의가 있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문서상으로 남기지 않는 대신 이익이 남으면 해볼 수 있는 걸 다른 걸로 해보자고 했을 것”이라며 “정황상 그런 게 있을 순 있겠다고 한 것이다. 문서도 없다.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일 뿐, 공공기관이 그럴 수는 없다. 조금이나마 할인을 해주고 투명하게 운영하며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 장례문화의 격을 올리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말미엔 “보훈공단 입장에서는 그냥 맡겨두면 편하다. 강한 반발에 맞서 직영을 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유공자와 그 가족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방향에서 올바른 길을 가려는 것”이라며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더는 아무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제 하나했다”고 조심스러워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군경회 관계자는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할 어려운 사람들의 치료와 재활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인정해 장애인단체들의 수의계약과 목적사업을 법으로 허용하는 것”이라며 “당초 보훈공단이 위탁사업을 시작할 때 만든 사업자의 지분 90%도 군경회가 지불했다. 약속한 지원은 이뤄져야한다”고 지원의 당위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한편, 보훈처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보훈병원 장례식장 운영의 투명성 제고와 수익금의 보훈가족에 대한 고른 수혜, 장례서비스 개선을 위해 병원 직접 운영방식으로 전환하게 됐다”면서 “수익금은 서비스 개선과 유공단체들의 운영지원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며 보훈공단 내부 심의를 거쳐 지원여부와 금액이 결정된다. 매년 5억원의 지원금 지급 결정사실은 없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장례식장 직영운영을 통해 저렴하고 품격있는 장례서비스를 제공해 국가유공자의 마지막 예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보훈단체는 장례식장 운영의 지속적인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지만 보훈가족에 대한 서비스 확대 등 직영효과를 대상자에게 알리고 보훈단체를 설득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타 보훈병원의 장례식장 직영의도도 내비쳤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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