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보다 휑한 정수리를 가리고자 몇 년 전부터 부분 가발을 사용했던 A(33·남성·대구 거주)씨. 최근 들어 더 이상 부분 가발이 소용이 없을 정도로 탈모가 급속도로 진행되자 우울하기만 하다. 병원에 다니기 귀찮아 선택했던 가발로 머리카락을 더 빨리 잃은 것 같아 속상한 A씨는 남은 머리라도 붙잡기 위해 당장 병원에 갈 것을 결심했다.
빈모나 탈모 부위에 부착하여 풍성한 헤어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부분 가발은 단점을 간편하게 해결하고실속이 있다는 장점으로 중 장년층뿐 아니라 최근에는 젊은 탈모 환자의 관심까지 끌고 있다. 그러나 부분 가발로 탈모 고민을 해결했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남성들이 흔히 고민하는 안드로겐성탈모 즉 남성형 탈모는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는데,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받는다면 이를 막을 수 있지만 부분 가발이나 흑채로 탈모증상을 숨기며 질환을 방치하면 자칫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어서다.
◇사회 활동 활발한 2030 남성 방해하는 탈모, 증상 방치하면 무기력, 수치감 겪을 수 있어= 남성형 탈모는 하루아침에 탈모가 갑자기 나타나지 않고, 머리카락이 서서히 얇아지고 짧아지면서 진행되는 질환이다. 주요 원인은 탈모 유전자, 남성 호르몬, 나이가 있다. 먼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5알파 환원효소와 결합하면 DHT(Dihydrotestosterone)으로 바뀌게 된다. 이 DHT는 모낭에 작용해 모발의 생장 주기 중 생장기는 짧게, 휴지기는 길게 만들어 모발을 점점 짧고 가늘게 만들며 탈모를 진행시킨다. 이러한 증상은 탈모 유전자를 갖고 있을 경우 나타나며, 나이가 들면서 모낭이 호르몬에 노출돼야 시작된다.
탈모가 시작되는 시기는 남성 호르몬의 혈중 농도나 유전자의 조합에 따라 달라지지만 주로 20대 중반 이후부터 발생한다. 적극적인 사회 활동을 필요할 때 증상이 나타나는 탓에 대인 관계나 사회생활에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 조사에서도 남성형 탈모 환자 10명 중 9명은 좌절감과 무기력을 겪고 있었으며, 78%는 자신의 외모에 수치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블랙모발이식네트워크 신동필 원장은 “머리카락은 사람의 외모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기 때문에, 탈모가 시작되면 미관상의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라며, “증상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증상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으므로, 뒤통수의 머리카락과 비교했을 때 이마나 정수리의 모발이 가늘거나 하루에 빠지는 모발이 100개 이상이라면 병원을 찾아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받을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남성형 탈모, 약물치료와 수술 통해 치료 가능… 약물치료는 수술 후에도 지속 필요= 병원에서 권장되는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모발이식 수술이 있다. 치료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약물치료는 모발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형태로 바르는 약과 먹는 약으로 구분된다. 약물치료는 모든 단계의 남성형 탈모에서 권장되고 있으며, 약물치료를 통해 탈모가 개선되었더라도 중단할 경우가 탈모가 다시 시작되므로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발이식 수술은 탈모가 발생하지 않는 뒷머리의 모낭을 채취해 탈모 부위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식된 모발은 채취된 부위의 고유의 성질을 유지해 탈모가 발생하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수술을 받지 않은 모발에서는 탈모의 영향을 계속 받기 때문에 약물치료는 지속해야 한다.
◇탈모 치료에 도움 되는 생활 수칙, 고지방·고당분 위주 음식은 피하고, 금연하고, 스트레스 줄여야=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갖추면 탈모 치료 효과를 배가하는데 도움이 된다. 먼저 패스트푸드나 케이크 등 남성호르몬의 혈중 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고지방이나 고당분 위주의 음식은 피하고, 남성형 탈모의 원인인 5알파 환원효소 생성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불포화 지방산이 포함된 검은콩이나 검은깨 등을 자주 섭취해야 한다. 모발 성장을 돕는 요오드가 풍부한 미역이나 다시마도 좋다.
신동필 원장은 “담배도 최대한 끊을 것을 권장한다. 담배에 들어있는 타르, 니코틴은 두피의 혈관을 수축시켜 모근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게 해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다”라며, “스트레스도 탈모와 연관이 있으므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해소와 모발 건강을 위해 가벼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