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빈부격차를 다룬 영화 ‘기생충’의 흥행과 함께 정부의 주거취약계층 지원방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올 상반기 도입키로 약속한 주거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주거사다리 지원사업’ 발표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며 조속한 발표를 촉구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6월 중 발표가 나갈 거라 답했다. 개선된 방안에는 기존 비주거지역에만 한정됐던 지원 대상과 범위가 반지하 등 일반 주거지역으로까지 확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홈리스행동 등 주거 관련 시민단체들은 15일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에 “주거지원 가장 절실한 주거취약계층 지원사업 확대 계획부터 시급히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토부가 올해 상반기로 도입을 약속한 ‘주거사다리 지원사업’ 확대·개편 계획을 뒤로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취약계층·고령자 주거지원 방안’을 통해 2019년 상반기까지 기존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을 ‘주거사다리 지원사업’으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상반기가 끝나가는 지금 아무런 언급이 없는 상황.
참여연대는 “지난해 국토부에 ‘고시원 등 비주택에 거주하는 주거취약계층 보호할 매입·전세임대주택 확충해야’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당사자나 시민사회가 참여할 수 있는 논의의 장도 전혀 열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고시원, 숙박업소, 쪽방,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 주택에 해당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 대책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의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2012년부터 전체 매입·전세임대주택 공급물량의 15%의 범위가 주거취약계층에게 공급돼야 한다.
하지만 2017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3~2016년간 공급한 매입·전세임대주택은 총 14만9713호인데, 이 중 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에 해당하는 공급물량은 2.2%에 불과했다.
또 2017년 집행된 예산을 살펴보더라도 국토교통부의 다가구매입임대주택의 결산금액 대비 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으로 집행된 매입임대주택 예산은 3.7%에 불과하다는 게 시민단체의 설명이다.
최은영 도시연구소장은 “지금까지 정부에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이 없었던 건 아니다”라며 “다만 주택 이외 거처만을 대상으로 했고 이를 지난해에 ‘주거사다리사업’으로 확대 개편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진 단순히 집이냐 아니냐로 지원이 나뉘고 있지만 지하방은 고시원보다 열악할 수도 있다”며 “UN이 비적정주거라는 표현을 쓰듯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토부 측은 이르면 6월 중 주거사다리사업을 발표할 거라 설명했다. 새로 개편된 주거사다리사업에는 지원 대상과 범위가 확대돼 담길 예정이다. 국토부는 기존 고시원, 비닐하우스, 쪽방촌 등 주거지역에만 한정돼 있던 지원을 비주거지역으로까지 늘려갈 방침이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르면 6월 중 확대개편된 주거사다리사업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취약계층 주거지원을 계속 확대하려 하고 있다. 수혜대상이나 범위를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동성명에 참여한 시민단체는 총 9개 단체로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동자동사랑방, 빈곤사회연대,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주거권네트워크, 참여연대, 천주교서울대교구빈민사목위원회, 한국도시연구소, 홈리스행동 등이 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