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이 시공 중인 디에이치자이개포(개포8단지 재건축)의 설계변경 안을 두고 입주예정자와 강남구청, 현대건설 측의 치열한 대립이 예상된다.
입주예정자들은 강남구청 측에 잘못된 도면으로 인해 시공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계변경을 요청했지만, 강남구청이 단지 내 위치한 기부채납 커뮤니티시설을 지키기 위해 설계변경을 허가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남구청은 설계변경 결정은 사업주체인 현대건설이 하는 것이라며 구청 측에선 설계변경 결정이 될 경우 입주자 80% 동의서를 근거로 승인을 내리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디에이치자이개포는 강남구 영동대로4길 17에 위치하고 있다.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15개동으로 총 1996세대가 들어서는 대단지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에 있고 2021년 7월 입주가 시작된다.
◇입주예정자 “강남구청이 잘못된 설계변경 허용 안해”=디에이치자이개포 입주예정자협의회는 22일 “강남구청이 단지 내 소유한 기부 커뮤니티시설을 지키기 위해 설계변경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디에이치자이개포 단지 내에는 약 9500㎡ 규모의 강남구청 기부채납 커뮤니티시설이 들어선다. 기부채납 커뮤니티에는 라켓볼장, 동호회장, 요가룸, 창업지원시설 등이 마련된다. 기부채납은 행정법상 개념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재산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입주예정자협회 회장은 교통개선을 위해 수차례 설계변경을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계변경이 이뤄진다면 기부채납 커뮤니티시설 위치를 바꿔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통상 재건축을 할 경우 기존 단지의 출구 위치를 그대로 쓴다. 교통평가 등이 검증된 출구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업도 기존 출구 위치를 그대로 사용하긴 하는데 해당 출구의 주인은 입주자들이 아닌 기부채납 커뮤니티시설 이용자들을 위한 것이다. 입주자들은 출구를 빙 둘러서 다른 쪽 출구를 이용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입주예정자 A씨는 “잘못된 설계를 승인한 것에 대해 인정했으면 설계변경을 해주는 건 구청 입장에서 당연한 조치 아닌가”라고 말했다.
◇강남구청 “민원인과 현대건설 사이 문제”=강남구청은 “설계변경 권한은 구청 측에 있지 않고 사업주체인 현대건설에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청 재건축사업과 관계자는 “변경 내용 결정은 사업 주체가 하는 것이다. 다만 구청은 변경하기로 결정했을 때 다른 입주예정자들도 동의를 한 사안인지에 대한 검토를 하는 것일 뿐”이라며 “그 근거로 입주예정자의 80% 동의서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남구청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은 민원인과 사업주체가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일 뿐”이라며 “해당 단지의 일부 민원인들의 손을 들어줄 수도, 민간업체에 설계변경을 하라고 압력을 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강남구청은 기부채납 커뮤니티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당초 잘못된 도면을 통과시켰다는 지적에 대해선 강력 부인했다. 해당 관계자는 “설계변경이 이뤄진다면 커뮤니티 시설 이전은 관련 부서와 추후 협의를 해봐야겠지만 수용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며 “구청 측에서 커뮤니티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 변경을 안 해주거나 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초 교통평가 당시 일부 차량 통행량 수치가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 이에 대한 실수는 인정한다”며 “하지만 다시 조사를 진행해본 결과 교통 혼잡 등의 문제는 전혀 없을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라고 덧붙였다.
◇현대건설 “입주예정자 동의서 조사 중”=현대건설은 현재 동의서를 조사 중이다. 사업계획변경이 수반되는 경우 주택법 제15조제4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13조제3항 규정에 의거 입주예정자의 8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법에 따라 당초 교통 개선 설계변경 동의서를 조사했다. 동의율 80%가 나오지 않아서 무산됐다”며 “하지만 입주자들이 좀 더 찬반 투표를 할 시간을 달라고 해서 추가적으로 시간을 드린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입주자들의 의견 반영을 최대한 하려 한다”며 “동의서를 얻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도 강남구청 측에 설계변경을 요구할 때 근거로 제시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