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이어져온 롯데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다툼이 사실상 종결됐다. 그러나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을 앞두고 화해를 통한 한·일 롯데 경영권 분리를 지속적으로 요청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오는 26일 도쿄 신주쿠 사무실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해임안 안건을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동주 회장은 이날 ‘신동주 이사 선임건’ 만을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6월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해임안, 신동주 회장의 이사 선임안 등을 제안했으나 모두 부결됐다. 당시 재계에서는 사실상 수년간 끌어오던 ‘형제의 난’이 사실상 종결됐다고 보기도 했다.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과의 화해의 제스쳐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신동주 회장은 지난달 17일 법원에 “아버지(신격호)와 누나(신영자), 동생(신동빈)을 선처해 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화해를 요청해 왔다.
SDJ코퍼레이션 측은 “이번 주총에서 ‘신동주의 이사 선임 건’만 제안하는 것은 신동주 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지속적으로 시도해온 ‘화해 제안’의 연장선에 있다”고 밝혔다.
신동주 회장의 이러한 행보는 올해 초부터 계속돼왔다. 올해 1월 신동주 회장은 SDJ코퍼레이션을 통해 편지를 공개한 바 있다. 해당 편지에는 “한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가족 간의 정을 나눌 수 없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성북동 집(신동주 회장 자택)에서 열리는 설날 가족 모임에서 얼굴을 직접 마주하고 가족으로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롯데의 신동주로서가 아닌, 동빈의 형 동주로서 초대하는 자리”라며 “사업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며 가족끼리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신동주 회장은 또 “우리 형제가 다툼을 계속 이어 나가며 아버지께 큰 심려를 끼치고 있는데, 아버지가 살아계시는 동안 다시 한 번 형제가 손 잡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그 무엇보다 큰 효도가 될 것”이라며 형제 간 화해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피력했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이러한 신동주 회장의 편지에 답하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이후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홍보용”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신동주 회장은 화해를 통한 롯데그룹의 구조조정을 제안하고 있다. 매출이 4조원 수준인 일본 롯데는 신동주 회장이 경영하고, 매출 100조원 수준인 한국 롯데그룹(호텔롯데와 자회사 포함)은 신동빈 회장이 경영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영권 분쟁을 종결짓고 안정화를 택하자는 취지다.
현재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를 양대축으로 나뉘어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홀딩스 지분 4%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신동주 회장을 비롯한 기타 인사가 34%, 일본 경영진이 53%를 보유 중이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 영향력을 벗어나기 위해 롯데지주를 설립하고 유통, 식품 계열사를 편입했다. 그러나 롯데지주는 핵심계열사인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은 지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호텔롯데는 최대주주 롯데홀딩스와 종업원지주회 등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주 회장은 이러한 지배구조를 업고 지속적인 경영권 분리를 요청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다만 이사회 복귀나 경영권 확보 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SDJ코퍼레이션 측은 “6월 말 정기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 화해 제안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답변을 계속 기다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