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은 말한다, “신이여 우릴 도우소서”

홍콩인은 말한다, “신이여 우릴 도우소서”

[김양균의 현장보고] 도전받는 ‘원 차이나’… 브로큰시티①

기사승인 2019-06-23 16:09:58

“최근 홍콩 중앙정부청사, 입법화 건물 등 인근에서 범죄인 인도조례 개정안 반대 시위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바, 동 지역 방문 자제 및 신변 안전유의”…. 

22일 오전 11시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덜컹 소리와 함께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 닿자 기체가 크게 요동쳤다.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고 휴대전화를 열자마자 날아든 것은 앞선 외교부의 경고 문구였다. 

대만 등 인근 국가는 홍콩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맛집과 볼거리를 찾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행렬은 이어진다. 기자의 앞자리에 앉은 한 쌍의 남녀도 “오늘밤 란콰이퐁에 가자”며 키득댔다. 란콰이퐁은 홍콩섬 센트럴 인근의 클럽과 술집이 즐비한 젊음의 거리다. 

홍콩 사태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앞서 강경진압으로 비난 여론에 휩싸인 홍콩 경찰은 병원 진료 기록을 확보해 시위 참여자를 체포한 것이 추가로 드러나 곤경에 처한 상태였다. 일차로 사과 성명을 발표했지만, 이후 상황은 묘하게 흘러갔다. 경찰은 시위대가 21일부터 15시간에 걸쳐 홍콩 경찰청을 에워싸고 항의 집회를 연 것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그리고 22일 오후 8시(현지시간) 홍콩 경찰청 인근에서 수백 명의 인파가 홍콩 경찰을 지지하는 이른바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인터넷 생중계에는 순식간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저들은 홍콩인이 아니다”는 비난이 상당수였다. 한 누리꾼은 이렇게 썼다. “신이여, 홍콩을 도와주소서.” 

불안한 조짐은 또 있다. 홍콩 의회와 경찰청에 시민들이 붙여놓은 추모 데자보 곳곳에는 “폭력이 전부는 아니다. 이성적으로 행동하라”며 시위대를 비난하는 프린트물이 일제히 붙기도 했다.   

현지 언론도 미세한 논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16일 200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왔을 때조차 경마식 보도를 이어가던 현지 매체들은 일제히 경찰의 시위대에 대한 비난을 대서특필했다. 다분히 경찰의 입장을 반영한 보도가 신문 1면을 뒤덮었다. 시위대의 폭력은 크게 부각됐다. 

현지 소식통을 비롯해 기자가 만난 시위 참여자들은 현 사안에 대한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프리프레스 등 일부 독립 언론을 제외하면 주류 매체는 정부 측에 서 있는 것 같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기자에게 현장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해줄 것을 요구했다.     

각국에서 온 기자들은 여전히 홍콩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기자가 자리를 편 호텔 로비는 흡사 편집국을 방불케 했다.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지에서 온 기자들은 노트북을 펼쳐놓고 본사와 기사 방향을 상의하고 있었다. 호텔 시설은 형편없었지만, 현장과 가까운 탓에 이리 몰려든 것이었다. 그리고 홍콩 경찰청에서 만난 일본의 한 사진기자는 기자에게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이대로 물러서진 않을 것”이란 견해를 내놨다.  

시위가 끝난 첫 주말인 22일 홍콩 의회가 위치한 애드미러티역 인근과 센트럴, 완차이, 코즈웨이 일대는 일견 평온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인파는 눈에 띄게 줄어있었다. 이를 증명하듯 필리핀 여성들의 수가 자취를 감췄다. 혹시 모를 미연의 사태를 우려한 탓이다. 참고로 홍콩 가정에서 파출부로 근무하는 이들은 주말이면 기거하던 집을 나와 거리에서 밤을 지새운다.  

과거 실패로 끝난 ‘우산혁명’과 달리 이번 시위는 일견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그리고 홍콩 및 중국 정보는 ‘하나의 중국’ 기조에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그러나 이 성공이 ‘삼일천하’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시위 주최 측이 오는 26일 대규모 추가 집회를 예고한 기저에는 추가 시위 추진 동력 확보도 있지만 중국의 이른바 ‘반격’에 대한 불안감도 배여 있다. 

이렇듯 홍콩 사태가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는 와중에도 홍콩의 밤거리는 음악과 술, 그리고 주말 밤의 여흥에 취한 이들로 북적댔다.  

홍콩=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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