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치고 아래서 들이받고…쌍벌제에 속 졸이는 위스키

위에서 치고 아래서 들이받고…쌍벌제에 속 졸이는 위스키

기사승인 2019-06-25 01:05:00

주류 거래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업체와 이를 받는 도·소매업체가 함께 처벌받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을 앞두고 소주·맥주 업계와 위스키 업계, 그리고 일선 음식점 등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세청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류 관련 고시 개정안’을 최근 행정 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은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된다.

리베이트 제공이 전면 금지되는 소주·맥주와는 달리 위스키의 경우 도매업자별로 위스키 공급가액의 1% 한도, 유흥음식업자별로 3% 이내 금품을 제공토록 규정했다. 그간 주류업계는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선금을 납부하고 계약을 맺거나 소줏잔, 유리잔, 간판, 메뉴판 교체 등의 제반 비용을 대납해주기도 했다.

소주·맥주 업계에서는 아직 개정안이 시행되지 않은 만큼 조심스러워하면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소주와 맥주의 경우 단가가 낮고 소비량이 많아 리베이트 폭이 위스키 등 다른 주류에 비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하이트진로는 이번 개정안으로 공정한 거래질서가 마련될 것으로 보며, 향후 도소매업과의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최종소비자들의 혜택을 도모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제조사에서 도·소매업자에 제공되던 리베이트가 10~40%에 달하던 위스키 업계는 전반적인 격변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도소매상에서 리베이트 금지에 따른 수익보존을 위해 제조업체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서 말 그대로 사면초가인 상황이다.  

통상 위스키업계는 판매장려금을 통해, 1박스 6병인 기본 볼륨 외에 세븐팩·에잇팩 형태로 주류를 유통하고 있다. 영업사원 재량에 따라 추가로 1~2병을 제공하는 형태다. 따라서 이러한 추가 주류를 제공받지 못하게 되는 도·소매상과 일선 업소에서는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

이에 리베이트를 받지 못하게 된 도매상들은 제조업체 측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입장문을 통해 “암암리에 또는 관행적으로 무자료 거래, 덤핑, 지입차 등과 같이 거래 질서를 문란케 하고 탈세로 이어질 수 있는 행위들이 있어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번 고시 개정안을 통해 리베이트를 줄이면서 위스키의 가격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개정안은 현재 위축되고 있는 위스키 시장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2008년 286만 상자였던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2017년 158만 상자로 44.7% 감소했다. 10년째 하락세다. 국내 위스키 업체 수익성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매상들의 가격인하 요구는 악재다.

신규업체의 시장진입도 사실상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존 업체가 주류 유통망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업체가 판로를 뚫고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자금을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지만 이제 법적으로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위스키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에 사용되는 판매장려금이 줄어드니 그 돈으로 가격을 낮추라는 일부 의견이 있는데, 제조업체가 가격을 내린다고 소비자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리베이트가 막히면서 (도매상들이)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요구하는 것이지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개정안이)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 파이가 줄어들어 위스키 업계는 경쟁이 더욱 심화된 상황에서 이제 신규사업자 진출은 사실상 끝났다”면서 “(주류시장 뿐만 아니라) 어느 업계든 신규사업자가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자금력을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뺏어와야하는데 법적으로 막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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