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임진각 보며 꿈꿨던 U2 내한, 드디어 이뤄졌다”

[쿠키인터뷰] “임진각 보며 꿈꿨던 U2 내한, 드디어 이뤄졌다”

기사승인 2019-06-29 07:00:00

‘하나의 삶. 하지만 우리는 같지 않아. 서로를 이끌어주는 거지. 하나가 되어서, 하나가 되어서…’ (U2 ‘ONE’ 가사 中)

아일랜드 밴드 U2가 지난 1992년 발표한 ‘원’(ONE)은 사랑과 용서, 헌신의 의미를 깊이 있게 짚어낸 곡으로 꼽힌다. 밴드는 자신들이 겪은 해체 위기와 1990년 독일의 재통일에서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옛 연인에게 늘어놓는 아쉬움의 말을 담은 가사는 인간이 절대자에게 되묻는 의미, 인류 전체에 던지는 사랑의 메시지로도 읽힌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원’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노래가 발표된 지 약 30년 만에 그 감동을 직접 느껴볼 수 있게 됐다. U2는 오는 12월8일 서울 경인로 고척스카이돔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팀 결성 42년 만의 첫 내한이다. U2의 내한 공연을 주최‧주관하는 MBC 남태정 PD는 최근 서울 성암로 MBC 사옥에서 기자들을 만나 “보노가 과거 ‘한국에서 ‘원’을 꼭 부르고 싶다’고 말한 적 있다”며 “한반도의 (분단)상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U2 멤버들이 태어난 아일랜드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남북으로 찢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U2가 한국의 분단 상황에 맞는 연출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북 관계는 물론, 국내의 여러 갈등 관계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줄 거라는 기대죠. 3년 전 콜드플레이가 세월호 참사 3주기에 공연했을 당시에도, ‘옐로우’(Yellow)를 부르며 화면에 노란 리본을 띄우지 않았습니까. 공연 연출은 아티스트의 몫이지만, 우선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U2는 그간 공연에서 당대의 정치‧사회 이슈를 적극적으로 불러들여왔다. 1998년 칠레 산티아고 공연이 대표적이다. 팀의 보컬인 보노는 ‘마더스 오브 디스어피어드’(Mothers of Disappeared‧사라진 이들의 어머니) 무대 전, 군부 독재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을 마이크 앞으로 데려와 자식의 이름을 부르게 했다. 남 PD는 2006년 일본 사이타마 공연을 꼽았다. “대형 화면에 한자로 ‘공존’(共存)이라는 단어가 띄워지더니, 세계 인권 선언의 1~6조가 올라오더군요.” 그는 이 공연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음악광’으로 친분을 쌓은 라이브네이션코리아 김형일 대표와 종종 ‘U2 내한 공연’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U2의 공연은 꿈같은 이벤트죠. 지난 십 수 년간 음악 관계자들과 공연 제작자들이 U2 내한을 위해 직‧간접적인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MBC에서도 2008년 가칭 ‘U2공연추진기획단’을 꾸린 적이 있어요. 저와 김형일 대표가 이듬해 5월 U2 공연 사전 답사 차 임진각에 간 적도 있고요. 임진각 뒤편에 너른 공터가 있는데, 거기에 야외 특별 무대를 꾸미면 어떨까 상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내한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1월 시작됐다. U2의 공연 규모를 감당할 수 있는 대규모 실내 공연장이 갖춰지면서 내한 기획도 급물살을 탔다. 남 PD는 “U2 공연은 5만명이상의 스타디움 투어를 기본으로 한다”며 “인프라 문제로 내한이 무산됐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U2의 글로벌 투어링 장비가 고스란히 한국으로 넘어온다”고 설명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에 따르면 공연 장비를 옮기는 데만 화물 전세기 4대, 50피트 카고 트럭 40대가 동원된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김형일 대표는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투어링에 참여한 베테랑 스태프들이 U2 공연을 위해 다시 아시아를 찾는다”고 귀띔했다.

특히 U2의 내한 공연은 ‘조슈아 트리 투어 2017’의 대미를 장식하는 자리라 더욱 뜻 깊다. ‘조슈아 트리’는 불후의 명곡 ‘위드 오어 위다웃 유’(With or Without You)가 실린 음반으로, ‘조슈아 트리 투어 2017’은 이 음반의 발매 30주년을 기념해 2년 전 시작됐다. 김 대표는 “U2는 지난 30년 동안 기성품이 아닌 커스텀으로 제작한 무대‧영상‧조명‧음향을 투어 때마다 갖고 다녔다”면서 “언제 어디서 공연하더라도 영미권에서의 공연을 그대로 연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남 PD는 “‘조슈아 트리 투어 2017’의 마지막 공연으로 한국이 선택된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본다”며 “U2를 잘 아는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세대도 공연장을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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