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드 타크트-라반치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미국의 탈퇴 이후 위기에 처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혼자만 지킬 수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타크트-라반치 대사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1년 전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이후 유럽은 이를 유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처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즉 핵합의가 고장 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한 채 우리만 핵합의로 약속한 의무를 계속 지킬 수는 없다”라며 “유럽도 이란처럼 핵합의를 제대로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일 뿐 누구를 협박하거나 최후 통첩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앞서 지난 5월 핵합의에서 제한한 저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저장 한도를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60일(7월 6일)안으로 유럽이 핵합의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으면 2단계 조처를 시작하겠다고 주장했다.

핵합의 이행을 되돌리는 2단계 조처는 우라늄 농축도 상향 등 이란이 핵합의에서 철수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또한 라반치 대사는 유럽의 핵합의 서명국(영·프·독)과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이란과 교역을 계속하기 위해 1월 설립한 금융회사 ‘인스텍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돈이 공급되지 않는 인스텍스는 현재 겉만 멀쩡하고 휘발유가 없는 차”라며 “개인적으로 현재 상태로는 인스텍스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스텍스의 거래 절차를 고려할 때 대사가 말한 ‘돈’은 유럽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그 결제 대금을 인스텍스에 예치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유럽은 지난해 11월 미국이 이란과 에너지 거래를 제재한 이후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했기 때문에 이란은 EU가 핵합의를 유지하고 싶다면 이를 재개하라고 압박한 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모스타파 카바케비언 이란 의회 의원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유럽이 핵합의를 지속하려면 의약품, 식량과 같은 제재 예외 품목만을 인스텍스로 거래하지 말고 이를 통해 원유를 반드시 사야 한다”고 요구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