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칼질 한 번 없이 뚝딱’…30대 아재의 밀키트 입문기

[체험기] ‘칼질 한 번 없이 뚝딱’…30대 아재의 밀키트 입문기

기사승인 2019-07-02 03:00:00

시너지(synergy)란 두 개 이상의 무언가가 협력작용 등을 통해 독립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값을 상회하는 결과를 내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 유통·식품업계에도 이러한 시너지를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밀키트와 새벽배송입니다. 

새벽배송은 말 그대로 새벽에 배송해주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전날 오후에 주문하고 다음 날 새벽 문 앞으로 물건을 가져다줍니다. 단순 가공식품은 물론 채소나 과일 등 신선식품까지 새벽배송에 포함되기도 했죠. 

밀키트는 식사(Meal)과 세트(Kit)의 합성어입니다. 손질된 식재료를 정량화해 담고 각종 양념 등을 함께 배송해줍니다. 일품요리를 간편하게 만들 수 있고 기존 가정간편식과는 달리 조리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습니다. 정량화된 재료로 잔반 걱정 없이 쉽게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신선도가 중요한 밀키트와 빠른 배송이 특징인 새벽배송은 찰떡궁합이죠. 

실제로 이들의 시너지는 소비자 수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200억원대 수준이었던 밀키트 시장은 올해 400억원대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오는 2024년 7000억원대까지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죠.

그렇다면 과연 밀키트는 정말 신선한 재료로 쉽고 맛있게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요. 궁금한 마음에 직접 도전해봤습니다. 

주문은 지난달 27일 목요일 CJ온마트를 통해서 진행했습니다. 주말을 이용하기 위해 배송날짜를 29일 토요일로 지정했습니다. 주문한 제품은 CJ제일제당 쿠킷의 ‘새우쭈꾸미삼겹살’과 ‘밀푀유나베’입니다. 어느 음식이든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재료의 신선도가 중요한 메뉴입니다. 

본래대로라면 배송이 오자마자 포장을 뜯고 곧바로 냉동·냉장 보관해야 합니다. 그러나 전날 과음 탓에 정오가 다 돼서야 눈을 떴습니다. 허겁지겁 스티로폼 박스를 열어보니 다행히 차가운 기운이 남아있네요. 채소도 끝이 누렇게 말라있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박스 안에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아이스팩이 다수 들어있습니다. 

아이스팩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100% 물’이라는 글귀입니다. 보통 아이스팩에는 ‘고 흡수성 수지’라는 성분이 사용되는데요, 일종의 플라스틱 성분으로 최근 들어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일회용품과 환경오염이 문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이러한 시도는 좋아보입니다. 

오늘 도전할 요리는 새우쭈꾸미삼겹살(3인분)입니다. 구성품은 ▲삼겹살 1팩 ▲쭈꾸미 1팩 ▲통새우 1팩 ▲혼합채소(당근·대파·홍고추·청양고추) 1팩 ▲양파 1팩 ▲깻잎 1팩 ▲날치알 1팩 ▲김 1팩 ▲해물양념·불고기양념 1팩 ▲참기름 1팩 ▲콩기름(식용유) 1팩 ▲다진마늘 1팩 등입니다. 늘어놓고 보니까 꽤 많네요. 

동봉된 레시피에는 ‘조리시간 30분, 난이도 하’라고 적혀있습니다. 조리법도 간단합니다. ①고기와 해물을 해동하고 ②양념에 재웠다가 ③야채와 함께 볶으면 완성입니다. 말은 간단하지만 완성 조리예 그림과 포장 가짓수를 보니 30분 안에 완성할 자신이 없어집니다. 

펼쳐놓은 재료들과 레시피를 번갈아 훑습니다. 머릿속으로 대략적인 순서를 정리한 뒤 본격적으로 조리에 나섭니다. 우선 새우와 주꾸미 포장을 뜯습니다.  

틀렸습니다. 레시피에는 분명 ‘포장 그대로 흐르는 물에 20분간 해동’이라고 써있습니다. 순간 머리가 하얘집니다. 다른 밀폐랩 등에 다시 넣고 해동할까 하다가, 어차피 나중에 물로 한번 헹궈내야한다는 말에 힘을 얻고 재차 담궜습니다. 지금이라도 메뉴를 밀푀유나베로 바꿔야하나 고민했지만 그냥 진행하도록 합니다. 사람에 따라 이런 간단한 조리도 쉽지 않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적당히 해동된 새우와 주꾸미, 삼겹살을 나눠담고 각각 양념에 버무려줍니다. 레시피에는 20분 동안 재워두면 좋지만, 바쁘면 그냥 해도 상관없다고 적혀있습니다. ‘총 조리시간 30분’은 20분간 해동과 10분의 조리시간을 뜻하는 거겠죠. 하지만 해동에 5분도 걸리지 않은 탓에 20분간 양념에 재료들을 재워둡니다. 

적당히 시간이 흐르고 나서 먼저 콩기름(식용류)를 팬에 두르고 야채를 볶아줍니다. 양파와 대파, 홍고추 등이 이미 손질돼있어 따로 편했습니다. 따로 도마를 꺼내 칼질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야채 숨이 죽으면 먼저 양념된 삼겹살을 넣고 중불로 익혀주다가, 다시 새우와 주꾸미를 넣고 재차 볶습니다. 채소로부터 물이 나오면 뚜껑을 열고 강한 불로 빠르게 익혀줍니다. 실제로 불을 사용한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더 간단했습니다. 순서에 맞춰 재료들을 팬에 털어놓고 볶아주면 끝이었습니다. 해동 순서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요리 전체 흐름에 있어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재료의 크기나 두께에서는 개개인마다 호불호가 조금 나뉘었지만, 신선도는 상당했습니다. 

3인분이라고 하지만 양도 꽤 넉넉합니다. 3인 가족이 저녁식사로 곁들여 먹었지만 약 3분의 1 정도가 남았습니다. 가격(2만9800원, 배송비 3000원 별도)을 볼 때 나쁘지 않습니다. 밖에서 사 먹으려면 보통 1인분에 1만2000원은 줘야하니까요.

칼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조리 자체의 난이도가 쉽다는 점, 신선도와 요리 완성도가 상당하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느껴집니다. 반면 재료들의 개별 포장이 이지컷(easy cut)이 아니라 가위가 필요하다는 점, 신선식품 특성상 포장재가 많다는 점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다만 후자의 경우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니 곧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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