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유통 대기업들의 대미 투자 방향이 나뉘고 있다. 롯데와 CJ는 즉각적인 응답에 나선 반면, 나머지 기업들은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대기업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등이다.
유통기업으로는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박준 농심 부회장과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 전원무역도 함께 자리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보다 투자를 확대하기에는 적절한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더 적극 확대할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미 투자 규모가 큰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SK그룹 CJ그룹 등에 대해서는 “이들은 미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 미국 사람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를 했다”면서 “다시 한 번 미국에 투자를 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롯데와 CJ는 즉각적인 추가 대미 투자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10억 달러(한화 약 1조1555억원) 정도를 미국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CJ그룹의 대미 투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현재까지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30억달러로, 이 중 28억달러가 트럼프 행정부 이후 식품·물류 부문에 투자됐다. 지난해 냉동식품 전문업체인 슈완스 컴퍼니와 카히키 인수를 포함해 약 2조7000억원을 투자했으며, CJ대한통운은 DSC 로지스틱스 인수를 포함해 약 2500억원 등을 썼다.
다만 손 회장가 말한 ‘10억 달러’가 정확하게 어느 분야에 투자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롯데그룹 역시 긍정적인 답을 내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추가적인 대미 투자 방안에 대해 몇 가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그동안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롯데면세점, 롯데호텔,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상사 등 5개사를 통해 총 40억 달러, 한화 4조7500억원 수준의 대미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최근에는 31억 달러를 투자해 루이지애나주에 에탄크래커 공장을 완공했으며 이와 관련해 직접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총수들이 직접 이야기를 답을 한 CJ와 롯데 외에는 즉각적인 투자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적인 대미 투자 확대를 요청받은 만큼 부담이 큰 탓이다. 또한 이미 미국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확대는 쉽게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내수시장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미 투자 확대를 선뜻 결정하거나 선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