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이 연 1조원대를 넘어서면서 사회 전반적인 성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상미기한의 병행표시로 폐기되는 음식물쓰레기의 양을 줄여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소비자 혼란을 이유로 멈춰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은 하루 1만5000톤에 달한다. 일년에 소비되는 비용은 1조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여기에 환경적인 부문을 감안할 경우 예상치는 더욱 늘어난다.
통상적으로 국민 1인당 하루에 버리는 쓰레기의 양은 930g 수준으로, 음식물쓰레기가 이 중 40%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국민정서상 ‘유통기한’을 기준으로 음식의 폐기를 결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유통기한은 유통업체가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고,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먹을 수 있는 기한을 말한다. 해외에서는 유통기한보다 소비기한을 더욱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3년 성인남녀 20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먹지 않고 폐기해야 한다’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6.4%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실질적으로 안전한 섭취가 가능함에도 소비자 혼란으로 인해 폐기되는 음식물이 발생한다는 근거다.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현재의 유통기한을 실질적인 음식 소비기간을 나타내는 소비기한으로 변경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연합은 소비기한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웃나라인 일본은 소비기한과 상미기한을 각각 사용하고 있다.
소비기한은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기한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당 기한을 넘길 경우 섭취 금지를 권한다.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케이크 등 보관기한이 짧은 것들에 대부분 사용된다.
반대로 과자나 스낵류, 통조림처럼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식품을 대상으로는 ‘상미기한’이 사용된다. 상미기한은 ‘갖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한’이라는 의미로 소비기한과는 다르다. 즉 제조→상미기한→유통기한→소비기한→폐기의 순서라고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병행표기 필요성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있는 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수십년 동안 유통기한을 사용해온 소비자들에게 쉽게 체감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유통기한이 5일이던 쥬스에 소비기한 10일이 찍혀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찝찝함을 지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병행표기) 등에 대한 이야기는 몇 년 전에도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계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가깝지만 먼, 닮았지만 다른 日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상황은 비슷하다. 일본의 식량 자급률은 30% 후반대로, 식품로스(loss) 총량은 640만톤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730여만톤보다 낮은 수치다.
유통기한을 기준으로 삼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상미기한을 섭취 기준으로 잡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보다 제조부터 섭취까지 기간이 짧지만 버려지는 양은 더욱 적다. 여기에 전체 인구수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낮은 수치다.
이는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 감소를 위한 법제화에 나선데다, 유통기한표기 방식의 변화, 그리고 민간과 기업의 다양한 형태의 시도가 선순환을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에 따르면 현재 일본 시장에서는 ‘쿠라다시(KURADASHI)’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상미기간을 넘겼지만 섭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제품들을 소비자가격보다 평균 60%, 최대 90% 할인해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본격적인 음식물쓰레기 감소에 대한 인식이 불거진 2015년 이후 회원 수는 7배로 급증했으며, 해당 쇼핑몰 한 곳 만으로 연간 음식물쓰레기의 150톤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내 아지노모토 냉동식품 등 대기업을 포함한 약 580사가 동참하고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쇼핑몰은 매출과 매입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프리미엄 회원의 월회비를 주요 수익원으로 잡고 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