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의 주인공으로 흑인 배우가 캐스팅된 것과 관련해 온라인에서 설전이 일고 있다.
5일 SNS 등에서는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인어공주 ‘에리얼’역에 캐스팅된 것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인공과 다르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애니메이션 속 에리얼은 하얀 피부에 붉은 머리를 가진 백인으로 묘사됐다. 할리 베일리는 검은 머리에 검은 피부를 가진 흑인이다.
문제는 네티즌들의 비판이 인종차별적 비난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네티즌은 “배경이 18세기 유럽인데 왕자가 해변에 쓰러진 흑인 인어공주를 보면 상식적으로 집에 데려갈까? 누구 것이냐고 주인 찾아 줄 것”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과거 흑인이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끌려와 노예 노동을 했던 점을 지적하며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외에도 “흑인 인어공주라니 내 로망이 무너졌다” “흰 피부에 빨간 머리에 귀엽고 예쁜 얼굴이 에리얼의 매력인데 흑인이라니 말도 안 된다” 등의 글이 SNS를 타고 공유됐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원작과 다르다고 포장 중이지만 실제로는 인종차별적 발언일 뿐이다” “‘흑인은 인어공주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질타했다.
전문가들은 인종을 이유로 배역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라고 봤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피부색을 이유로 배역에 대해 비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동화 속 인어공주는 반인반어다. 피부색이 희어야 한다는 보장은 없다. 인어공주가 백인의 형상을 해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고 설명했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노골적으로 인종에 대해 부정적인 표현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의견은 다양한 형태로 개진될 수 있다”면서 “인어공주의 역사적 맥락이 있는데 조금 과도하게 각색을 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