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금고 선정에 탈석탄 변수 되나

지역금고 선정에 탈석탄 변수 되나

기사승인 2019-07-09 05:00:00

석탄이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는 ‘탈(脫)석탄’ 운동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탈석탄이 지역금고 심사기준으로 등장했다. 석탄발전에 투자하지 않는 은행에게 가점을 주는 식이다. 은행권도 고민이 깊어졌다. 시·지자체와 금고계약을 맺은 은행 대부분이 석탄발전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 모두가 탈석탄 외치는데 한국은?

탈석탄 운동은 해외에서 활성화됐다. ‘파슬 프리 캠페인’에 연기금·은행·보험 등 1070개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전력생산 또는 매출액 30% 이상을 석탄에 의존하는 전력회사에 투자를 금하고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신규 석탄화력 채굴과 석탄발전소 건설에 직접 금융을 중단했다. 

한국도 공무원·사학연금공단이 탈석탄 투자를 선언하기도 했지만 후발주자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석탄발전에 투자하는 은행이 많다. 권미혁·장병완·김현권 의원실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주요 5개(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이 석탄발전 PF(프로젝트파이낸싱)에 투자한 금액은 5045억 원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전국 지자체 1금고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다. 

지자체와 시도교육청 금고로 지정된 은행은 이들 은행 말고도 대구·경남·부산·광주·전북·제주은행 등이 더 있다. 이중 전북과 제주를 뺀 나머지가 모두 국내외 석탄발전소에 투자하고 있다. 

은행들은 앞다퉈 지역금고로 선정되려는 이유가 있다.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 금고 규모는 올해 기준 약 342조원이다. 여기에 교육청과 지자체 산하 공사·공단 등을 모두 포함하면 규모는 453조원에 이른다. 은행들은 금고가 되기 위해 막대한 자금력을 과시한다. 사회공헌도 많이 한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달라지는 분위기다. 시민단체와 환경연합이 탈석탄 금고지정을 촉구하면서 지역에서도 이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약정 만료와 함께 올해 금고를 새로 계약하는 지역은 충청남도·경상남도·경상북도·대구·울산 등이다. 

이중 충남도가 적극 가세하고 있다. 충남도에는 국내 석탄발전소 중 절반이 가동 중인 지역으로 알려졌다. 충남도는 금고약정 지정기준인 ‘지역사회 기여실적(7점)’에 ‘탈석탄 산업 및 석탄금융 투자여부' '친환경에너지 전환정책 추진실적’ 각 1점씩 총 2점을 주는 식으로 규칙을 개정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규칙개정을 해서 입법예고 기간 중”이라며 “제안서를 9월에 받고 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서 10월말이나 11월초에 금고를 지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경남도는 향후 탈석탄을 금고지정 기준에 반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남도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환경단체와 머리를 맞댔다. 경남도 관계자는 “금고지정이 끝나면 행안부에 탈석탄 등을 요청할 예정”이라며 “미세먼지 의존이 이슈가 되고 있어서 우리도 환경단체가 요구한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탈석탄 금융’ 확산 주목

지역에서 촉발된 ‘탈석탄 금융’이 전국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정부도 미세먼지 감축 등 재난·재해에 대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권도 정부 방침에 따라가는 모양새다. 기업은행은 미세먼지 감축 활동에 참여하는 개인과 기업에게 금리를 우대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이런 상황에 비춰보면 향후에는 지역 금고선정에 탈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재준 인하대 교수는 “시민단체가 지자체 금고 선정 시 탈석탄 투자를 선언하도록 유도할 경우 금융기관이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실질적인 압박 강도를 얼마나 어떻게 높이는지에 따라 지자체 금고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현실적으로 금융기관 투자 행태에 변화를 초래할 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화력발전 비중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한 탈석탄보다는 친환경 투자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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