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사산아 유도분만 중 과다출혈로 산모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항소심에서 주치의가 법정 구속되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16년 5월 산부인과 의사 A씨는 복통 등으로 내원한 산모 환자에게 초음파 검사를 시행, 태아가 사망했음을 확인하고 사산된 태아를 질식 분만코자 양수파막 시술을 진행했다. 그러나 산모는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 등으로 사망했다.
대구지방법원은 1심에서 A씨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진료기록 작성 등 의료법 위반은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산모에게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한 시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응급상황 발생 전에 시작됐을 수도 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항소심에서 피해자가 수술 이후 상당한 출혈이 있었음에도 병원 측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을 확인하지 않았다며 금고 8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태반조기박리에 따른 징후와 증상은 다양할 뿐 아니라, 해당 산모 부검감정서 등을 볼 때 은폐형 태반조기박리로 이에 의한 과다출혈은 예견이나 진단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판부의 결정을 반박했다.
의협은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대다수 소송사건의 판결문을 보더라도 환자의 증상이 확정적으로 태반조기박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의료사고를 교통사고와 마찬가지로 취급함으로써 선한 의도로 이뤄지는 의료의 특수성을 외면하고 의료현실을 망각한 무지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경상남도의사회도 대구지법의 판결을 규탄했다. 경남의사회는 “부검 결과에서 보듯 이 사건은 조기에 진단이 매우 어려운 의료진의 고의나 실수가 아닌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며 “1심판결에서 이러한 점을 고려해 과실 치사에 대해 무죄를 내렸지만, 2심 재판부에서 착오적 판결로 전 의료계를 허탈과 상실감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또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의사들이 내일은 내가 잡혀갈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며 “대법원에서도 동일하게 형이 확정된다면 대한민국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모체태아의학회 등은 “태반조기박리는 언제든 갑자기 발생할 수 있다”며 “태반과 자궁벽 사이에 피가 고이는 ‘은폐형’ 태반조기박리 출현은 분만 경험이 많은 의사도 진단하기 어렵다. 의사가 산모를 살려내지 못한 것이 감옥에 갈 사유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오는 20일 서울역에서 ‘산부인과 의사 구속 규탄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