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근로자 3명이 죽었지만,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고 한다.”
지난 2015년 행정직 직원 사망에 이어 올해 1월 이른바, ‘태움’ 문화로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 5일 미화 근로자가 근무 중 어지럼증을 호소하다 갑자기 목숨을 잃었다. 모두 서울의료원에서 발생한 일이다.
12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새서울의료원분회는 서울의료원 1층 로비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달 5일 사망한 환경미화 근로자의 산재 사망을 추모하고 김민기 서울의료원장 퇴진을 요구했다.
새서울의료원분회는 서울의료원 미화근로자는 서울시에서 직고용하라는 정책 발표 이후 69명이었던 근로자를 58명으로 줄였다고 주장했다. 줄어든 인력으로 운영을 하면서 병가자가 발생한 자리를 채워주지 않거나 연차의무사용을 강요하는 등 근로자의 업무 강도가 강해졌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분회는 이러한 이유로 12일 연속 근무를 하던 근로자 한 명이 사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환경미화 부서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분회는 병원 측에 ▲인력충원 ▲근로 환경개선 ▲해당 관리자 교체 ▲병원장의 사과 등을 요구했지만 형식적인 응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총무팀과 피해자의 간담회에 다른 사람들을 불렀다는 것이다.
분회는 괴롭힘이 발생해도 최우선으로 조치되어야 할 가해자와 피해자의 공간 및 업무 분리는 물론, 진상조사위원회 구성도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분회는 오는 16일 국가인원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김경희 분회장은 의료원 측이 “'선 인력 확대 후 노동시간 단축'이란 기본을 무시한 채 병원의 재정 상황을 운운하며 강압적으로 연차사용을 강요했다”고 비판했다. 연차사용을 강제해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두 명 이상이 맡아야 할 업무량을 한 명이 감당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이야기다.
김 분회장은 “이제 의료원장의 개인병원이라고 부르는 게 정확하다”면서 “연임을 통해 측근을 5개월 만에 간부로 초고속 승진시키는 부당 인사와 값비싼 의료장비를 창소에 쌓아두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분회는 예산 집행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1년 서울의료원이 신내동으로 이전하면서 불임클리닉을 오픈했지만, 내원 환자가 없어 결국 2017년 문을 닫게 됐다는 것.
김 분회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난임센터 설립 말 한마디에 의료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62억원의 예산 반영과 정원 25명 증원을 밝혔다”며 “이들은 수요조사 등이 이뤄지지 않고 4개월여 만에 이러한 결정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그렇게 추진하던 난임센터는 ‘전시성 행정’이란 반발에 막혀 좌초됐다. 현재 의료원은 이 예산으로 난임진료과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분회는 “100억원 예산에 대해서는 4개월 만에 결정하면서 일하는 근로자에 대한 처우 개선은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변희영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생명을 살리는 근로자들이 목숨을 걸고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반성하고 처벌해야 하는데 병원에서 은폐하고 거짓말만 늘어놓고 있다. 병원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가 아닌 사익을 위해 이용하는 김민기 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병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도 “병원은 고 서지윤 간호사, 환경미화원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다”며 “한 사업장에서 3명의 노동자가 연달아 사망한 것은 직원관리 운영시스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직장 내 괴롭힘, 과로 등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결과가 예견됨에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 것은 범죄다. 진정성 있는 사과에 재발방지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원 관계자는 “새서울분회가 언급한 것과 달리 불임클리닉 중단된 이유는 내원환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전담 의료진을 구하지 못해서다”라며 “난임센터도 타 병원에서 꺼리는 공익적 진료를 시행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것을 문제삼는다면 서울의료원이 수행하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공공의료활동 대부분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하고 개선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