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선거를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 꽃’이라고 부른다. 좋은 일꾼을 뽑아야 민주주의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조합이 발전한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면 참된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쿠키뉴스는 ‘조합장 선거의 늪’ 시리즈를 통해 돈으로 얼룩진 조합장선거 실태와 원인을 분석하고 ‘돈 선거’를 척결할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①단단히 뿌리내린 관행
②“돈 쓰더라도 당선되고 보자”
③2023년 선거, 얼마나 바뀔까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지난 3월 열렸다. 선거기간 위법행위가 다수 적발됐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하면 고발행위는 193건, 이중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건이 147건이다. 지난 4년 동안 ‘돈 선거’ 척결을 위해 쌓아온 금자탑이 와르르 무너졌다. 정부기관도 이러한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돈 선거’는 4년 전에도 있었다. 선관위가 발간한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총람을 보면 1회 때 위반행위 조치건수는 860건(고발 170건·수사의뢰 56건·이첩 53건·경고 581건)다. 이중 금품이나 음식물제공 등 돈 선거 조치건수가 345건(40.1%)이었다. 사법조치를 전제로 한 고발·수사의뢰·이첩조지 건은 전체 279건 중 금품·음식물제공 행위가 173건(62.0%)이었다.
조합원 150여명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금전을 제공하거나 출자금 대납 형태 등으로 6000만원 현금을 제공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관련 사건으로 당선인 52명이 무효 처리되고 재선거를 치르는 일이 있었다.
선관위는 당시 ‘전국 최초 동시조합장선거’로 돈 선거 관행을 척결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4년이 흐른 지금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돈 선거 관행이 단단히 뿌리를 내린 모양새다.
실제로 올해 시행된 선거 당선자 중 86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입건돼 2명이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당선자 입건 현황은 1회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당시 선거일 당일 기준으로 80명이 입건돼 2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1명이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올해는 당선자를 포함한 전체 선거사범은 402명이 입건돼 21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9명이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1회(369명)와 비교해보면 선거일 기준으로 33명이나 많다. 입건된 402명 중 247명(61.4%)이 금품선거사범 혐의를 받았다. 구속된 선거사범 6명 모두 금품선거 혐의를 받았다. 올해는 지난 선거와 달리 스스로 금품을 받았다고 자수하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2차 선거 때 발생한 위법행위 중 재판이 진행 중인 건이 몇 건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재판 중이라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합장 선거제도는 여러 번 바뀌었다. 원래 중앙회장이 임명하는 ‘임명제’였다. 그러다 조합원이 선출하는 ‘직선제’로 바뀐 뒤 부정행위가 남발하자 선관위가 농·수협·산림조합장 선거를 위탁·관리했다. 이후 부정행위가 줄어든 듯 했지만 선거가 개별적으로 실시되는 바람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 조합마다 선거관리 규정이 달라 업무혼선을 빚는 등 문제도 지적됐다.
이를 개선코자 조합장 임기를 같은 날(2015년 3월 20일)로 조정했다. 또 개별 조합법에서 다르게 규정해온 선거절차와 운동법을 통일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 법을 근간으로 치러진 게 제1회 조합장 선거(2015년 3월 11일)다. 하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시행된 선거여도 금품수수행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아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