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25년 만에 돌아온 ‘라이온 킹’, 실사의 벽을 넘어라

[쿡리뷰] 25년 만에 돌아온 ‘라이온 킹’, 실사의 벽을 넘어라

25년 만에 돌아온 ‘라이온 킹’, 실사의 벽을 넘어라

기사승인 2019-07-17 07:00:00


왕이 돌아왔다. 1994년 개봉한 동명의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감독 로저 알러스, 롭 민코프)이 존 파브로 감독의 실사 영화로 재탄생했다.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 같은 동물들의 연기가 어색한 것도 잠시, 잊고 있던 줄거리와 명곡들에 대한 기억이 25년 만에 깨어난다. 영화 ‘알라딘’이 그랬듯, 2019년에 맞게 변형된 부분도 눈에 띈다.

전체 줄거리는 변한 게 없다. 영화는 어린 사자 심바(도날드 글로버)가 아프리카 대륙 프라이드 랜드를 지키는 왕 무파사(제임스 얼 존스)의 후계자로 지목받으며 시작한다. 먼 훗날 왕이 될 생각에 신이 난 심바는 왕의 자리에서 밀려난 삼촌 스카(치웨텔 에지오포)의 계략에 휘말려 아버지를 잃고 프라이드 랜드에서 쫓겨난다.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심바는 티몬(빌리 아이크너)과 품바(세스 로건)를 만나 걱정 없이 현재를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스카가 왕이 된 프라이드 랜드의 몰락을 지켜보던 날라(비욘세)는 참다못해 직접 심바를 찾아 나선다. 날라에게 고향 소식을 전해 들은 심바는 “네가 누구인지 기억하라”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고민에 빠진다.

‘라이온 킹’은 지금까지 디즈니가 실사화를 진행한 ‘미녀와 야수’, ‘정글북’, ‘알라딘’ 등과 다르다. 사람이 아닌 동물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CG를 통해 진짜 같은 동물들의 외모와 움직임을 구현해내는 것과 함께 감정까지 전달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초반부에는 대사를 전하는 동물들의 표정이 읽히지 않아 가수들이 립싱크하는 것처럼 어색하게 느껴진다. 이를 유명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가 이를 보완하고, 장대한 자연환경을 훑는 영상미와 익숙한 음악이 이야기에 빠지도록 돕는다. 이 진입장벽을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따라 영화의 평가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라이온 킹’은 원작보다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지 고민하는 심바의 모습에 더 긴 시간을 투자한다. 단순히 왕의 자식이기 때문에 그도 왕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에 설득되지 않는다. 그에겐 그만의 행복한 삶을 살 자격과 권리가 있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떠나온 고향과 아버지가 자신에게 주고 떠난 역할을 잊지 않는 것도 맞다. 영화는 심바가 고민 끝에 결심한 순간부터는 결말까지 쉬지 않고 달려가면서 그의 선택에 힘을 싣는다.

1997년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제작돼 전 세계 1억 관객을 모은 영화답게 뮤지컬적인 요소가 더 강화됐다.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등 익숙한 명곡들을 배우 도날드 글로브와 비욘세 등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애니메이션인지, 영화인지, 뮤지컬인지 헷갈릴 정도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체험을 선사한다. 17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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