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 보복 관련 시민단체와 일본여행 커뮤니티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규탄에 동참했다. 향후 일본 불매 운동이 조직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빈민연합,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6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17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아베 총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 단체는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 보복으로 아베 정권은 자신들이 침략과 식민지배의 역사를 반성하지 않음을 보여줬다”며 “우리나라를 자신들의 경제·군사적 하위 파트너로 길들이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정부에도 일본과의 새로운 관계 수립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경제 보복을 굴욕적 한일관계 청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위안부 합의 파기 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오는 20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 총리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온라인에서는 일본 불매 운동이 더욱 조직화되는 양상이다. 네티즌 개개인이 일본 제품 불매의사를 표했던 것에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 133만여명이 가입한 국내 최대 일본 여행카페 ‘네일동’은 일본 불매 운동에 동참하는 의미로 휴면에 들어갔다. 네일동 운영자는 “일본 여행 카페에서 매니저인 제가 불매 운동을 지지한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며 “기나긴 휴면기간에 들어설까 한다. 지난번처럼 이른 컴백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네일동에서는 새로운 게시글 작성이 불가능하다. 이미 올라와 있는 게시글에만 댓글을 달 수 있는 상태다.
오프라인에서도 슈퍼마켓 협동조합 측이 불매운동에 동참해 중소마트 3600곳과 슈퍼마켓 2만3000여곳에서 100여종의 일본 제품이 철수됐다.
불매운동이 거세지자 일본 기업들의 태도에 일부 변화가 감지됐다. 유니클로의 한 임원은 지난 11일 “한국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반발이 거세지자 유니클로의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16일 “임원의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변함없이 고객에게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을 묵묵히 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더 나아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트리스트는 전략물자 수출 시 절차를 간소화한 대상국가 목록이다. 해당 목록에서 제외되면 일본으로부터 물품을 수입하는 절차가 복잡해진다.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따른 경제 보복성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은 전범기업인 신일철주금이 피해자 4명에게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확정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기업은 한·일청구권 협약 등을 이유로 들며 이를 거부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