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의사 키워 치료법 개발…“미국처럼 월급 시스템 바뀌어야”

젊은 의사 키워 치료법 개발…“미국처럼 월급 시스템 바뀌어야”

서재홍 고대 구로병원 연구부원장, ‘의사과학자’ 양성 분위기 강조

기사승인 2019-07-23 00:00:13

“한국과 미국이 다른 점은 딱 하나입니다. 거기는 환자 보는 의사여도 연구할 시간, 진료하는 시간을 나눌 수 있어요. 의료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의사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고려대 구로병원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 총괄책임자 서재홍 연구부원장(종양내과)은 임상현장 기반의 미충족 혁신의료기술 개발을 위해 ‘의사들이 연구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자의 질병을 직접 다루는 의사에게서 실용적인 임상현장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높고, 보건의료 산업 발전에 있어 우수 인적 자원을 활용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3대 중점성장 신사업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이 선정되면서 의료인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정부는 임상현장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의료기술이 개발될 수 있도록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을 구축, 최근 8개의 수행 병원을 선정했다.

그중에서도 고려대 구로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연구중심병원으로서 7년간 쌓은 연구역량 및 임상의 지원인프라로 가장 높은 성적을 받았다. 병원은 이를 기반으로 신진의사과학자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서 연구부원장은 “의사가 아닌 전문가가 치료기술을 개발하긴 어렵다. 가려운 부분을 캐치하는 것은 환자를 보는 의사”라면서 “아이디어가 있는 의사는 많으나, 이를 접목해 기술을 개발하는 의사는 없다. 의사가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의술 능력, 지식, 경험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이에 국내 의료진들은 임상 기술이 아닌 연구를 배우기 위해 미국에 간다”며 “우리나라에서 연구하는 의사는 5~10% 내외인 반면, 미국에서는 20~30%가 환자를 보면서 연구를 한다. 그러면서 신약과 의료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냄으로써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정부도 우수한 인적 자원으로 구성된 의료 인력을 통해 국부를 창출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했고, 그 일환으로 의사과학자 사업이 추진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서 연구부원장은 ‘분위기 조성’을 일차적 목표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간 병원의 역할이 ‘임상’에 집중됐었다면, 사업기간에는 조교수 이하의 젊은 의사들이 ‘연구’를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약 4년간 10명의 의사에게 연 15억원씩 총 52억5000만원을 지원하면서, 첫 2년간은 임상현장 기반 아이디어 발굴 및 실용화 연구인력 육성지원을 목표로, 이후 2년간은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임상적용, 특허 및 실용화 등 사업화를 목표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신약개발 부문 3인과 의료기기 개발 부문 4인을 대상으로 인프라 및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1년 6개월 후 평가를 통해 추가 인원을 선발한다. 선발 기준은 ‘열정’이다. 

서 연구부원장은 “4년 만에 성공적으로 연구에 안착할 사람은 많지 않다. 다만, 연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이들이 5년, 10년 후 미래 의료를 이끌 수 있는 것”이라며 “이에 병원은 젊은 의사과학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구비, 장소, 장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근무시간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 사업이 젊은 세대 의사들의 연구역량을 높이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아직도 병원 중심의 연구개발 투자는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며 “미국 의사들은 진료 보는 시간에 대한 급여만 병원에서 받고, 연구에 집중하는 시기에는 연구비에서 인건비를 받을 수 있다. 즉, 환자를 보는 의사가 연구에도 집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한국은 연구비에서 의사의 인건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법적으로 제재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간 신뢰가 쌓인다면 미국처럼 의사가 진료를 보면서 연구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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