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까지만 해도 몰랐다. 아사히 6캔 할인이 이마트를 뒤흔들 줄은. 이 일로 한국 회사인 이마트는 불매운동 대상까지 거론되며 큰 지탄을 받았다. 이뿐일까, 불매운동 초기만 해도 여유를 부리던 유니클로도 여론에 혼쭐이 나자 사과문을 두 번이나 발표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불매운동의 영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고 있다.
불매운동은 소비자가 행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특히 애국심과 결합하면 국민적인 애국운동으로 거듭난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경제왜란, 항일불매,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국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실제로도 그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고, 국민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한마음으로 뭉치고 있다는 첨은 우리에게 고무적이다.
하지만 엇나간 애국심도 드러나는 것 같아 두렵다. 분노와 갈등 그 자체의 순수성만 남은 경우다. 최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일본인 연주자 4명이 앙상블로 무대에 오른 일이 있었다. 연주가 한창이던 그때. 한 관객의 입에서 ‘쪽바리’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는 소리를 지르곤 공연장을 빠져나와 사라졌다. 분위기가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또 최근에는 일본 국적의 아내가 이웃들로부터 ‘쪽바리’라고 모욕당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다. 작성자는 아내와 잡화점에서 일본 맥주를 구입 후 돌아가던 중. 편의점 파라솔에 앉은 노인들이 자신들을 가리켜 ‘쪽바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택의 신문 넣는 구멍에서 쓰레기와 '쪽바리 사는 곳,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적힌 쪽지가 나왔다고 적었다.
이를 과연 애국으로 볼 것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사실 세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세상의 악행은 악인에 의해 이뤄지지 않은 일이 많다. 너무나 순수하고 평범한 이들에 의해 저질러져 온 경우가 대다수다. 악행에 있어서만큼은 평범한 사람과 악인을 구분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악인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그래서 애국심이란 어디에 쓰일지 모르는 칼 같은 존재다. 성숙한 자들에게 쥐어지면 음식을 만들고, 적을 무찌르고, 세상을 창조하는 도구가 되지만, 미성숙한 자가 쥐게 되면 자기 손을 베거나 남을 찌르는데 사용된다. 세 살 아기가 쥐는 칼은 그 누구보다 무섭다. 온 국민이 애국심을 올곧은 곳에 집중해 사용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일본 불매운동이 한 달을 넘어서고 있다. 다음 달엔 광복절이 온다. 불매운동은 국민 정서와 맞물려 지금 보다 더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불매운동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앞선 사례들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많다.
감정은 대중을 움직이지만, 결국 현실을 바꾸는 것은 이성이다. 이 둘이 적절히 조화가 이루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모두에 이익이 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최근에는 불매운동에 대해 성숙한 접근을 외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차가운 머리에 뜨거운 가슴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당신의 불매운동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