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으로 보청기 착용을 망설였다면 소리증폭기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문일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조영상 임상강사 연구팀은 국내 난청 환자 56명을 대상으로 소리증폭기와 보청기의 임상적 효과 차이를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난청 환자를 경도, 중등도, 중등고도로 나눠 소리증폭기와 보청기를 번갈아 착용시켰다. 보청기는 6채널의 일반형과 64채널의 고급형 둘 다 사용했다. 제품에 따른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해 환자 본인이 착용한 기기가 어떤 종류인지 모르도록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중등도 난청까지는 소리증폭기를 착용했을 때와 보청기를 착용했을 때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 면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중등도 난청 환자의 경우 조용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소리높이가 50.2dB에서 증폭기를 착용하자 40.5dB로 낮아졌다. 일반형 보청기 착용 시 39.7dB, 고급형 보청기는 39.2dB로 큰 차이가 없었다. 환자선호도 측면에서도 소리증폭기가 경도 난청 시 37%, 중등도 난청 시 50%로 가장 높았다. 

다만, 중등고도 난청부터는 고급형 보정기의 우세가 확연했다. 중등고도 조용한 상태에서 소리증폭기 보다 소리높이를 13.8dB 낮춰도 상대방 말을 이해할 수 있었고 소음 상태에서는 2.7dB 더 낮았다. 환자선호도 역시 중등고도 난청 환자는 고급형 보청기를 더 선호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로 인해 소리증폭기가 보청기를 대체 가능하다고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개인이 직접 사서 사용하는 소리증폭기는 적절한 관리가 어려워 난청이 더 심각해질 수 있고 난청 정도가 심한 경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 밝혔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진료를 통한 적절한 치료를 병행돼야 난청이 개선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전문의와 상담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문일준 교수는 “난청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치매로 이어질 수 있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난청 정도가 심하지 않지만, 가격 부담 탓에 보청기 착용이 어렵다면 소리증폭기를 이용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난청을 해결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의학협회 이비인후·두경부외과학지(JAMA 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최근호에 게재됐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