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부동산 시장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서울 강남4구 및 경기 과천 등을 중심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최근 대우건설은 기존 선분양제에서 후분양제로 과천 푸르지오 써밋의 분양방식을 전환하면서 평당 4000만원 수준까지 분양가를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중심으로 후분양제가 당초 목적과는 다르게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시행업자들의 꼼수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정부가 후분양제에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규제를 회피할 경우 또 다른 새 규제가 추가될 거라 내다봤다.
◇고분양가 관리 지역 확대…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 주택보증공사(HUG)는 최근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확대 적용해 신규 재건축 분양가가 인근지역 분양가보다 10% 이상 높으면 분양보증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 및 재건축 조합원들은 자체 분양보증을 하던지, 분양가를 낮추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현재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서울 전 자치구 ▲경기 과천·광명·성남 분당구·하남시 ▲대구 수성구·중구 ▲광주 광산구·남구·서구 ▲대전 서구·유성구 ▲세종시 등이다.
또 정부는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말 그대로 아파트의 분양 가격에 상한선을 정하는 것으로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땅값(택지비)과 건축비를 더한 기준금액 이하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공공택지에만 적용했지만, 최근 서울 등을 위주로 집값이 다시 상승하자 민간택지에도 확대 적용키로 검토한 것.
◇시장 규제에도 고분양가 논란 여전 = 이 같은 시장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중심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지난 26일 대우건설이 견본주택을 열고 본격 분양을 시작한 ‘과천 푸르지오 써밋’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3998만원이었다. 전용 59㎡의 경우 최고가 기준으로 10억7750만~11억1720만원이다. 전용 84㎡는 12억6770만~13억8470만원에 분포됐고, 전용 131㎡는 18억4460만~18억6490만원이다.
대우건설은 해당 단지를 지난 2017년 3313만원으로 선분양을 추진했지만 HUG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후분양제로 방향을 선회했다. HUG의 분양보증을 선택하지 않은 대우건설은 자체적으로 분양 보증을 하는 만큼, 자유롭게 분양가를 정할 수 있게 됐다.
과천 푸르지오 써밋 분양가는 주변 시세와 비교해 다소 높은 수준이다. 이전 최고 분양가는 지난 5월 GS건설이 분양한 ‘과천자이’였다. 과천 주공6단지 재건축 단 과천자이(2021년 11월 입주예정)의 3.3㎡당 평균분양가는 3253만원으로 과천 푸르지오 써밋보다 745만원 낮게 책정됐다. 3.3㎡당 평균분양가는 3253만원으로 전용 84㎡의 경우 11억원대였다.
또 용산구에 위치한 나인원한남은 HUG와의 분양가 싸움 끝에 ‘4년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했다. 시행사인 디에스한남은 당초 HUG 측에 선분양가로 3.3㎡당 6360만원을 제시했으나 HUG는 4000만원 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 단지의 임대 후 분양전환 가격은 시세보다 조금 낮은 평당 6100만원으로 확정됐다.
◇“후분양제, 분양가 상한제 피하기 위한 꼼수로 전락” = 전문가들은 일부 지역에 한해서 후분양제가 당초 목적과는 다르게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시행업자들의 꼼수로 전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재건축 단지들이 특정 분양 방식을 이용해 규제를 회피하는 경우 새로운 규제가 추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사업시행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후분양제라고 하더라도 인기 지역의 경우 여전히 고분양가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래서 최근 정부도 후분양제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임대 후 분양 시 분양가 규제가 없는데 만약 조합원들이 이를 노리고 너도 나도 임대 후 분양에 나선다면 결국 정부가 이를 꼼수 분양이나 편법 분양으로 보고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고분양가 관리지역에 있는 현장들은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 검토에 적극적인 상황”이라며 “후분양제가 단순히 사업시행자들의 분양가 규제 회피방안으로만 전락해선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