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역세권 청년주택… 누굴 믿나

멀어지는 역세권 청년주택… 누굴 믿나

기사승인 2019-07-30 09:17:16

# “계속 미뤄지는 걸 보면서 이제는 포기했습니다” 최씨(28세, 직장인)

# “나라에서 추진하는 사업도 이렇게 흐지부지 되는데 청년들은 대체 뭘 믿어야 하나요” 김씨(25세, 취준생)

역세권 청년주택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1인 가구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지난 2016년도부터 추진해오고 있는 핵심 사업이다. 정부의 주거복지정책과 맞물려 해당 사업은 청년 가구의 안정적인 주거 복지책이 될 거란 기대를 크게 받아왔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계속된 사업 연기, 지역이기주의 등으로 인해 청년들에게는 희망고문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역세권 청년주택이란 서울시가 만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들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청년과 관련한 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2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에 배정된 예산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전체 20.9%(139억3100만원)에 불과했다. 시는 지난 3년 해당 사업 예산으로 총 670억300만원(▲2017년 252억원▲2018년 85억원 ▲2019년 333억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실제 지출 금액은 각각 5700만원(0.2%), 58억원(69.0%), 80억원(24.2%)으로 저조했다.

사업인가가 완료된 곳도 목표치의 18% 수준에 불과했다. 당초 시는 2022년까지 8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 수는 2만8291실뿐이다. 사업인가가 완료되거나 진행 중인 곳도 각각 37곳(1만4280가구), 42곳(1만4011실)이다.

대대적인 홍보는 청년들에게 더욱 큰 낙담을 줬다. 시는 지난 5월 자체 방송 채널인 ‘천만소통! 라이브 서울’에서 “시세보다 80%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를 보장하는 정책이 있지만 설문조사 결과 홍보 부족으로 신청자 수가 저조하다”며 참여를 유도했다. 또 서울주택도시공사(SH) 블로그에는 ‘올해 입주자 모집 예정’ ‘7월 모집’ 등의 글이 올라오면서 청년들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일례로 강변역 역세권 청년주택은 당초 지난해 말 입주자 모집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착공지연과 입주자 소득확인 관련 시행령 개정 등으로 일정이 수차례 지연됐다. 변동사항이 없다면 이 단지가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준공 1호 단지가 된다. 사업 초기 시범단지 1호로 지정된 용산구 한강로2가 역세권 청년주택(1088가구)은 당초 2017년 말께 공급될 것으로 계획됐으나 시공사 선정 일정 등이 밀리면서 2020년께나 공급 될 예정이다.

시와 SH공사는 사업 지연에 대한 책임을 민간 사업자와 서로에게 떠넘기기 급급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잦은 연기 이유에 대해 “실행부서이기 때문에 잘 모른다”며 “시가 관리·감독하기 때문에 그쪽에 문의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주택공급과 관계자도 “수익성 있는 사업이 아니다 보니까 민간사업자의 호응을 얻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선정된 사업자 입장에서도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계획에 조금씩 차질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역 이기주의도 존재했다. 청년주택이 들어설 인근 지역 주민들은 일대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우려로 시위를 하고 있다. 일례로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입주민들은 청년주택 매입 부지 앞에 ‘이곳에 청년주택 건설이 웬말이냐’ ‘SH공사는 이 땅을 마포주민들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라’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을 준비하는 지역 주민들 입장에선 아무리 작은 부지여도 개발에 있어 걸림돌이 될 거라 여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시의 잘못된 제도설계와 공동체 의식의 부족을 지적했다. 청년 노동자 단체인 청년유니온 김영민 사무처장은 “이같은 진통은 제도설계나 시장상황의 문제”라며 “주거문제 관련 예산은 크지만 사업구조 측면에서는 이점이 상대적으로 없는 만큼 추진이 더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도 “민간 사업자의 공사 지연에 따른 입주·시공 지연은 핑계일 뿐”이라며 “시가 부지선정을 제대로 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지역 주민들이 주거 취약계층과 공존하겠다는 공동체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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