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품질 다 잡은 PB…보폭 넓힌다

가격·품질 다 잡은 PB…보폭 넓힌다

기사승인 2019-08-01 03:00:00

식품·생활용품에 한정돼 선보이던 PB(Private Brand) 제품들이 최근 의류와 가전제품 등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PB란 제조업체에 생산을 위탁해 유통업체가 자사 브랜드로 내놓는 제품을 뜻한다. 대형 소매업자들이 독자적으로 제작한 자체 브랜드로 각 매장 특성과 고객 성향을 고려해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어느 매장에서나 구매할 수 있는 제조업체 브랜드 상품과는 달리 해당 유통업체에서만 판매하기 때문에 마케팅과 유통비용이 절약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소비자 가격의 인하로 이어져 기존 제품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PB 제품을 가장 활발하게 선보이는 곳은 편의점이다.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소비자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도시락 등 간편식에 제품들이 집중돼있다는 점 등이 어우러지면서 크게 성장했다. 이후 PB 제품 경쟁이 심해지면서 ‘싸지만 저렴한’ 인식이 대부분이었던 PB 제품 역시 품질을 끌어올리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제조업체의 노하우와 편의점·마트 등의 소비자 구매패턴 분석 등이 합쳐지면서 다양한 제품들이 선보여지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또 다시 소비자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오리온이 2016년 편의점 GS25와의 협업으로 선보인 ‘유어스 스윙칩 오모리김치찌개맛’은 빅데이터가 제품 제조에 결합된 성공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GS리테일 고객분석팀은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과 스윙칩을 선호하는 고객층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오리온에 제품 개발을 의뢰했다. 해당 제품은 출시 한 달 만에 20만개가 판매됐다. 

매년 줄어들고 있는 아이스크림 시장도 PB 제품을 통한 반등을 꾀하고 있다. 유통업체가 PB상품을 생산·판매할 경우 유통비용 등을 줄일 수 있고 경쟁사에서 판매하지 않는 제품으로 고객들을 이끌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아이스크림 소매시장 매출은 2015년 2조184억원에서 2017년 1조6837억원으로 2년 사이 16.6% 줄어들었다. 출산율 감소로 인해 주요 고객층인 유아·어린이 인구가 줄어든데다 카페, 음료를 비롯해 아이스크림을 대체할 수 있는 디저트 시장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 커피 프렌차이즈 빽다방 인기 제품을 474㎖ 카톤 형태 아이스크림으로 리뉴얼해 출시했다. 같은 달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간 온라인에서만 시범 판매한 결과 2만5000개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는 비슷한 중량 컵 상품 매출 평균 대비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마트 24는 이천 지역 특산물인 쌀을 소재로 한 ‘이천쌀콘’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두 달 사이 40만개 이상 판매되며 2016년 이후 주요 성수기인 5월~8월 사이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롯데제과 월드콘을 끌어내렸다.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들이 많은 아이스크림 부문에서 매출 순위가 뒤바뀐 것은 의례적이라는 평이다. 

식품 외에도 PB 제품 소비는 늘어나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가장 높은 판매 증가율을 보였던 ‘에어프라이어’ 역시 수혜를 입고 있는 제품이다. 이마트 일렉트로마트가 선보인 PB 에어프라이어 제품은 2017년 3만2000대에서 2018년 36만7000대로 12배 이상 판매량이 늘어났다. 올해 4월까지 판매량은 21만3000대로, 올해 50만대 판매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패션 부문에서는 이미 PB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홈쇼핑 4사의 매출 상위 각 10개 제품중 절반인 20개 브랜드가 각 사의 단독 브랜드 제품이었다.

롯데홈쇼핑이 2016년 선보인 패션 자체브랜드 ‘LBL’은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주문금액이 2000억원을 돌파했다. GS홈쇼핑이 집계한 지난해 인기상품 1위도 PB인 ‘SG와니’였다. 현대홈쇼핑도 정구호 디자이너와 손잡고 선보인 의류브랜드 ‘J BY’가 지난해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보다 품질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PB 제품 역시 기존 식품·간편식 등에서 패션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면서 “유통채널 특성상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어 이를 곧바로 적용해 선보이는 것이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