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채로 에이즈·매독 등 성병을 진단할 수 있을까.
최근 공주대학교에서 진행된 교원 연수에서 A강사가 육안으로 홍채를 확인해 암, 뇌경색, 뇌졸중, 매독, 에이즈 등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여성의 생리 여부까지 알 수 있다는 주장을 펴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 홍채를 통해 질병을 진단한다는 주장이 타당한지 짚어봤다.
홍채는 동공 주위에 있는 도넛 모양의 막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안구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기관이다. 홍채는 지문처럼 사람마다 모양이 다른 특징이 있어 신원을 확인하거나 선천성 질환 연구 등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만일 홍채를 통해 암, 뇌졸중, 성병 등 질병 진단도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주장이다. 홍채를 보고 질병여부를 알 수 있다는 A강사의 논리와 유사한 ‘홍채진단법’은 과거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홍채의 각 부분이 인체의 각 부분과 일대일 대응을 한다는 이론인데, 홍채의 모양이나 색깔을 관찰하면 환자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홍채 내 특정 부위의 모양이나 특징을 특정 질환과 연결짓는 식이다.
그러나 홍채진단과 관련한 유의미한 연구성과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의 돌팔이 의료 비판사이트 'Quackwatch'는 홍채진단법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국내 의료계도 일반인이 홍채를 보고 질병을 진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대한안과학회 박성표 홍보이사(강동성심병원 안과)는 "홍채모양은 사람마다 달라서 홍채인식에 쓰이나 홍채만을 가지고 질병을 진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의학계에서는 홍채만을 가지고 진단을 한다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생각하고 의학적인 검증도 안되어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태완 SNU 청안과 원장은 “안과 진료 시 각막의 병변이나, 홍채결절의 모양, 망막의 출혈과 삼출물, 혈관의 모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실제 당뇨 등 일부 전신질환은 망막의 혈관과 신경에 나타나는 병변을 보고 유추하기도 한다. 다만, 의료진이 환자의 병력과 병변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진단이 가능한 것이지 일반인이 홍채만을 보고 질병 여부를 알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홍채로 에이즈·매독 등 성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주장도 ‘사실무근’이다. 성의학전문가 이윤수 성과학연구소 소장(비뇨기과 전문의)은 “매독이나 에이즈는 보통 혈액검사로 진단을 한다. 매독의 경우 감염 의심일로부터 1달 정도 지나 검사를 하고, 에이즈는 4~6주 이내에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며 “홍채를 통한 진단은 창의적인 연구주제가 될 순 있지만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