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배성우 “친근함이 저의 무기가 되어주지 않을까요”

[쿠키인터뷰] 배성우 “친근함이 저의 무기가 되어주지 않을까요”

배성우 “친근함이 저의 무기가 되어주지 않을까요”

기사승인 2019-08-14 07:00:00

“엇, 저 되게 마초인데….” ‘소녀 감성’이라는 말을 듣자, 배우 배성우는 멋쩍어하며 말했다. ‘세련된 신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참이었다. 배성우는 커피숍에서 영화 ‘어바웃타임’을 엉엉 울었던 적이 있노라고 고백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 줄 알고 가볍게 보기 시작했다가, 주인공과 아버지의 이야기에 눈물이 나왔다는 것이다. 어찌나 울었는지, 옆자리에 있던 남성 손님이 그에게 쪽지까지 남겼다고 한다. ‘사인을 받고 싶은데 울고 있어서 말을 걸지 못하겠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사인 좀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배성우는 그제야 현실로 돌아와 코를 훌쩍이며 사인을 해줬단다.

오컬트 영화를 홍보하는 자리에서 눈물 이야기라니. 그도 그럴 것이, 배성우가 주연한 영화 ‘변신’(감독 김홍선)은 구마를 소재로 한 작품인 동시에 가족 이야기이기도 하다. 배성우는 구마 사제 중수를 연기한다. 구마에 얽힌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로, 형 중수(성동일)네 가족이 악마로 고통받자 그들을 돕기 위해 과거의 아픔과 마주한다. 배성우는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연기를 하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특히 성동일과 대사를 주고받는 마지막 장면에선, 두 사람 다 감정이 ‘훅’ 올라와 감독마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연극 무대 출신 배우들이 즉석에서 빚어낸 폭발력이다. 

정작 이 마지막 장면을 두고, 배성우는 걱정 반 기대 반인 눈치였다. “영화 후반부의 정서가 앞에 나온 서스펜스와 매끄럽게 이어질까” 싶은 마음에서다. ‘신파’가 후지거나 촌스러운 연출의 동의어로 쓰이는 요즘 영화계를 생각하면 이해 못 할 걱정도 아니다. 배성우는 “나는 신파를 싫어하지 않는다. 세련된 방식으로 관객을 울린다면, 그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어바웃 타임’은 그가 꼽은 ‘세련된 신파’의 예시다.

“연극을 할 때, 정통 신파를 연기한 적이 있어요. 대본이 촘촘하게 잘 쓰여서, 마음이 아프면서도 재밌었죠. 공연이 끝나면 객석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공연을 본 지인들도 열에 아홉은 ‘울었다’고 하더군요. 눈이 시뻘게진 사람들도 있었고요. 그걸 보면 기분이 좋았습니다. 누군가를 웃기는 맛이 있는 것처럼, 울리는 맛도 있더군요.”

배성우는 “연극에선 배우가 울면 관객들이 따라 울기를 바랐다”고 했다. 하지만 영화는 다르다. “그 안에서 장면이 어떻게 디자인되느냐가 더욱 중요하지, 관객이 배우의 감정을 반드시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한 가족애가 담긴 ‘변신’의 결말을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배성우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전날 언론배급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다는 그는 “머릿속에서 계속 (작품의 흐름을) 정리하고 있다”며 “속도감 있는 전개를 위해 빠진 장면들이 있다. 내 입장에선 내가 계산한 정서에 뚫린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주변에선 ‘(빠져도) 상관없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변신’은 배성우의 상업영화 첫 주연작이다. 연기를 할 땐 자신의 역할만 잘 소화해내면 되겠다는 생각이 컸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주연으로서의 부담이 커졌단다. 게다가 사제 역할이다. 영화 ‘검은 사제들’이 남긴 ‘꽃미남 사제’ 판타지는 아직도 유효하다. 배성우는 “나는 사제보단 삼촌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며 웃었다. 지난달 말 개봉한 오컬트 영화 ‘사자’와의 비교도 그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다만 “우리 영화는 구마나 빙의보단 서스펜스 요소가 크다”면서 “구마 장면도 독특하게, 동시에 탄탄하고 설득력 있게 찍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주연이 됐다고 해서 연기할 때의 마음가짐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어요. 캐릭터의 이유와 목적을 생각하면서 최대한 설득력 있게 표현하려고 하죠. 역할이 커지면서 작품과 내가 함께 가고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연기만 한다기보다는 같이 만들어가는 느낌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 영화를 시작했을 땐, 저만의 특이함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친근함이 제 강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이 보고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을 표현하는 게 저의 무기가 되어주지 않을까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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