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대(對) 일본 불매운동이 지속되면서, 주요 여행지인 일본 대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을 찾는 여행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16일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과 옥션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28일까지 4주간 일본 항공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감소했다. 국토교통부 ‘일본노선 주간 항공운송 실적’에서도 불매운동이 본격화한 8월 첫째 주 일본 노선 탑승률은 71.5%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 감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싱가포르와 대만 항공권은 작년 대비 매출이 각각 52%와 38% 증가하며 국제선 항공권 평균 매출 증가율인 23%를 훌쩍 넘겼다. 특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가 129% 증가하며 급신장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가장 가까운 유럽’으로 알려지며 꾸준히 방문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의 2019 출국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러시아 방문객은 전년 대비 50% 이상 급증했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 LCC 항공사들도 2017년부터 블라디보스토크 신규 취항을 결정했다.
호텔스컴바인이 지난해와 올해 추석연휴를 앞두고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베트남 다낭과 괌, 방콕, 코타키나발루 등 휴양지들이 순위권에 들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11위로 처음 순위권에 랭크됐다.
실제로 지난 9일 인천공항에는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나기 위한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05시 30분 출발 비행기인 탓에 전날 미리 도착한 방문객들은 오전 3시부터 탑승수석을 밟기 위해 줄을 서 기다렸다. 2시간 30분여를 비행해 도착한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은 ‘입국심사’, ‘출구’ 등 한글안내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자국성향이 강해 러시아어 간단한 영어회화도 어렵다는 우려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는 한국인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변화로 풀이된다.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아르바트 거리 역시 한국인들로 북적였다. 아르바트 거리는 250미터 정도의 거리 양 옆에 유럽풍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고 식당들과 카페 맛집 등이 입점한 주요 관광 스팟이다. 일부에서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인사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행객들 사이에서 환전 효율이 좋기로 알려진 아르바트 거리 환전소에는 점심시간임에도 수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 순서를 기다렸다. 300달러 이상 환전 창구도 10여명, 이하 환전 창구는 30여명 이상 대기 순번을 기다려야 했다.
아르바트 거리에 자리한 기념품 가게와 식당, 카페에서도 한국어 메뉴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아르바트 거리 유명 음식점인 수프라 레스토랑에는 눈짐작으로도 팔할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주문을 받는 점원 역시 능숙하게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날 아르바트 거리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 김모(31) 씨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이면서 항일 독립운동 근거지라는 이야기를 듣고 블라디보스토크를 휴가지로 정했다”면서 “휴가 기간이 짧아 일본도 계획했으나 최근 일본 불매운동 등이 거세지면서 여행지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발점이자 종착역인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이나 항구역 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기념품 상점의 직원들은 모두 ‘맛있다’, ‘유명하다’ 등 간단한 한국어가 가능했으며 한국인 메뉴판과 안내문 등이 갖춰져있었다. 영어와 한국어가 비슷한 수준으로 소통이 가능했다.
한국인을 상대로 야경투어 등을 진행하는 한 여행사 가이드는 “지난 겨울 대비 투어 신청 인원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면서 “보통 성수기에 관광객이 더 많이 찾기도 하지만 20인승 버스가 꽉 찰 정도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신인협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 총지배인은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블라디보스토크를 찾는 관광객인 것은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최근 국제 공항에 한국어 표지판이 등장하고 유명 레스토랑 등에서는 한국어 메뉴를 쉽게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데이터를 보면 전년 대비 증가 추세가 뚜렷해 러시아 연해주 주정부에서도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