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적재'

[쿠키인터뷰]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적재'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적재'

기사승인 2019-08-20 06:00:00


“적재한테 줄까? 적재 잘하지”

지난 17일 방송된 MBC ‘놀면 뭐하니’에서 방송인 유재석의 엉성한 드럼 비트를 넘겨받은 가수 이적은 다음 주자로 기타리스트 겸 가수 적재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지난 9일 방송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MC 유희열은 “가장 바쁜 기타리스트”라고 적재를 소개했다. 지난 15일 가수 아이유는 자신의 SNS에 적재의 새 싱글 ‘타투’(TATOO) 스트리밍 인증 사진을 올리며 “이 사람 뭐지. 화물 쪽에 종사하는 사람인가. 진심 너무 좋은데”라고 적었다. 가수 하성운, 폴킴, 자이언티, 스텔라장, 임한별, 다비치 이해리, 온앤오프 효진, JTBC '슈퍼밴드' 하현상은 유튜브와 SNS를 통해 적재의 '타투' 커버 릴레이를 진행했다.

가요계에서 가장 빠르게 트렌드를 읽어내는 가수와 작곡가들이 모두 적재에게 올라타고 있는 모양새다. JTBC ‘비긴어게인3’의 두 번째 팀으로 이적, 태연, 폴킴, 김현우와 함께 출연할 예정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아이유 SNS에 적은 정은지의 댓글처럼 “적재 초과”다.

분명 ‘적재’는 아직 대중들에겐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곡에서, 어느 공연장에서 한 번 정도는 이미 적재의 기타 소리를 들어봤을 가능성이 높다. 적재는 2008년부터 정재형, 박효신, 김동률, 아이유 등의 기타 세션으로 활약해왔다. 지금은 기타 연주부터 노래, 편곡, 작사, 작곡을 가리지 않고 활동 중이다. 공연장에서는 기타 연주뿐 아니라 밴드마스터로 활약하고 있다. 적재는 2014년부터 자신의 자작곡으로 채운 앨범을 발표해온 싱어송라이터 가수이기도 하다. 2년 전 발표한 ‘별 보러 가자’를 배우 박보검이 광고에서 리메이크해 부르며 인지도를 조금씩 높여가고 있다.


최근 서울 월드컵북로 쿠키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적재는 그의 노래처럼 차분하고 단단한 태도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EP 앨범 ‘파인’(FINE) 이후 2년 5개월 만에 발표한 신곡 ‘타투’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이었다.

“‘타투’는 작곡팀 모노트리와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같이 작업한 곡이에요. 제가 처음으로 누군가와 협업해 만든 곡이죠. 제가 사운드 클라우드(음악 공유 플랫폼)에 올려놓은 후렴구를 모노트리 형들이 좋아해서 발전시켰어요. 가사와 멜로디를 같이 쓰는 경우는 처음이라 더 오래 걸린 것도 있죠. 노래만 하고 끝내기 아쉽다 해서 홍보할 방법을 찾다 보니 발표가 늦어졌어요. 사실 공연 때도 라이브도 해버려서 팬 분들은 이미 노래를 알고 계시거든요. 10월~11월에 제 미니앨범을 내려고 작업하고 있어요. ‘타투’는 이미 써 놓은 곡이라 앨범과는 별개예요.”

적재는 가수로서 2년 5개월의 공백기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대신 “꾸준하게 음악을 해왔다”고 말했다. ‘별 보러 가자’가 수록된 앨범 ‘파인’을 발표한 이후 샘김 앨범을 비롯해 계속 외부 작업을 해왔다. 지난 한 해는 아예 편·작곡가로 주로 활동했다고 기억했다.

“사실 전 어렸을 때부터 세션에 발을 들이게 됐고 그 활동만 십 몇 년째 하고 있잖아요. 일하는 게 생활화돼 있어서 제 음악에 대해서 목말라지는 시기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제 1집 앨범도 발표하게 됐고요. 이렇게 계속 음악 작업을 하는 게 제겐 자연스러운 생활이에요. 회사를 다니거나 다른 일을 했으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도 있는데 아마 절대 못할 것 같아요. 반복되는 생활을 안 좋아하고 못 견디거든요. 음악 활동을 하면서도 패턴이 생기면 깨려는 성향이 있어요. 그래서 음악을 하지 않는 제 모습을 상상할 때도 종종 있어요.”


적재는 지난 5년 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초반엔 직접 노래하는 게 처음이라 창피했던 일도 많았고 무대가 무서운 순간도 있었다. 음악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1집 앨범에선 자신의 장기인 기타를 내려놓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 기타라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최근엔 자신을 알아보거나 공연을 찾아오는 팬도 늘어났다.

“처음보다는 엄청나게 좋아졌어요. 마음도 편해지고 공연하면 매번 찾아오는 분들도 계시고요. 전 음악인으로서 인정받고 활동하는 지금이 행복하고 좋아요. 제가 발전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제가 조금씩 늘어가는 과정이 재밌고 좋아요. 방송이 들어오고 공연이 잡히는 것들도 신기해요. ‘박보검 효과’인가 생각하다가도, 제 이름을 불러주시고 공연에 찾아와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내 음악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가볍게 음원만 내고 말 게 아니라 음원을 활용해서 공연이나 방송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하게 됐어요.”

기타리스트, 프로듀서, 세션, 가수, 싱어송라이터. 적재 이름 앞에 어떤 직업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그만큼 다양한 활동을 동시에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적재는 ‘음악 하는 뮤지션’이라는 한 마디로 자신의 포지션을 설명했다. 앞으로도 다른 아티스트의 작업과 자신의 음악을 모두 잘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욕심이다.

“전 앞으로도 지금처럼 다른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계속하고 싶어요. 어느 순간 선을 긋고 내 것만 하는 가수의 길을 걷겠다는 건 하고 싶지 않아요. ‘음악 하는 뮤지션’의 포지션을 계속 갖고 가고 싶거든요. ‘적재는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 뿐 아니라 본인 앨범이나 콘서트도 잘 하고 있다’는 평가도 계속 받고 싶고요. 그렇게 기회가 닿는 대로 활동하고 계속 음악을 하고 싶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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