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맥경화는 흔히 ‘혈관 내부가 막히는 병’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최근 혈관 외벽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세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나노바이오측정센터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동맥경화가 혈관 내부뿐만 아니라 혈관 외벽까지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동맥경화의 진행에 따라 혈관주변지방조직이 갈색화·비규칙적 응집 및 섬유화되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대표적 심혈관 질환인 동맥경화는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혈관이 50% 이상 좁아져야 인지하기 시작한다. 동맥경화는 심근경색·뇌졸중처럼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 있어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한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동맥경화는 혈관 안쪽의 변화로 시작된다. 이에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혈관 내부에 집중됐고 혈관 외벽에 대한 이해는 낮은 편이었다. 지방세포·면역세포·섬유세포 등으로 이뤄진 혈관 외벽은 해부학적으로 관찰이 어렵고 혈관을 기계적으로 지탱하는 지지대 정도로 여겨 관심을 받지 못했다.
연구팀은 비선형광학현미경을 이용해 혈관주변지방조직 고유의 3차원 이미지 처리를 획득·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 결과 혈관을 구성하는 지방·콜라겐·엘라스틴 등을 화학적 처리 없이 많은 정보가 유지된 상태로 정밀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기술을 통해 동맥경화의 심화 정도에 따라 혈관 외벽도 함께 변화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발병 초기에는 혈관주변지방조직이 갈색지방으로 변하고 에너지 소모를 높여 동맥경화로부터 혈관을 보호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맥경화가 진행된 혈관 안쪽 부위와 인접한 혈관주변조직이 악화해 기능을 상실하는 것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김세화 책임연구원은 “혈관 외벽이 단순 지지대 역할에서 벗어나 혈관 내부 질병까지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해석된다”며 “혈관 외벽의 변화를 통해 혈과 내부 상태를 평가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혈관주변지방조직의 질병 관련 메커니즘을 활용한 신약 및 치료방법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 온라인판에 실렸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