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5곳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 5곳의 노동조합은 파견·용역 비정규직 22일부터 직접고용 정규직을 주장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국립대병원들은 자회사를 이용한 고용과 직접고용을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이번에 파업에 나선 국립대병원 파견·용역직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청소 ▲시설 ▲주차 ▲경비·보안 ▲콜센터 ▲환자이송 등이다. 노동자들은 이 업무 노동자도 환자 생명·안전과 직결된 업무로 반드시 직접고용을 통해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5개 국립대병원은 파업으로 인한 업무의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은 파견업체를 통해 대체근무자를 마련했고 강원대병원은 콜센터 근무자의 파업으로 인해 인터넷 예약과 간편 예약만 진행하고 내부 직원들을 활용해 대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비정규직의 파업이 무기한 진행된다고 했지만, 22일 파업 당일만 참여하는 노동자도 있었다. 파업에 참여했던 강원대병원의 청소 담당 노동자와 부산대병원 노동자는 23일부터 정상업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대병원 관계자 대다수는 정부에서 제시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대한 회의가 이뤄지는 단계이고, 아직 논의하는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정부는 이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자회사 설립 ▲사회적 기업을 통한 고용 ▲직접고용 등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이중 사회적 기업 설립은 어려움이 많아 병원에서는 자회사 설립과 직접고용 중에서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A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병원에서 무조건 직접고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협상의 진행 과정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21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 주관으로 국립대병원장들이 모여 논의를 진행했고, 국립대학교병원장협의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국립대병원끼리도 예산 규모, 비정규직 노동자 수 등이 달라 같은 조건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B병원 관계자도 “직접고용을 통해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된다면 병원에서의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서 정규직 전환을 하라고 말하지만, 그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서 협상이 길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병원에서도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꾸준히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연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실장은 “정규직 전환 요구에 대해서 정부와 사용자들이 답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도 정규직 전환을 시켜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관건은 자회사 설립 문제다. 정부에서는 이를 하지 말라고 강하게 말하기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기한 파업을 명시했지만, 당일에만 파업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총파업에 들어가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라며 “보건의료노조·전국공공운수노조·전국민주일반연맹 등 3개 단체가 함께 하다 보니 전체 파업으로 가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자회사 설립 문제만 정리된다면 파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병원 중에 직접고용을 마친 병원도 있다”라며 “실제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과 직접고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차이도 크지 않으리라고 분석한다. 정부에서도 권장하고 국립대병원에서 자기 돈을 쓰는 것도 아닌데 왜 하지 않는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간병원은 어려울 수 있어도 공공병원은 직접 고용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가 5224명인데,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한 인원이 15명, 전체의 0.3%에 불과하다. 정부와 병원에서는 기다리라고만 하고 있고, 너무 오랫동안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에서 대화를 통해 국립대병원의 직접고용 정규직을 독려하고 있지만, 각 의료기관이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