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성동일 “저도 연기를 다 몰라요”

[쿠키인터뷰] 성동일 “저도 연기를 다 몰라요”

성동일 “저도 연기를 다 몰라요”

기사승인 2019-08-24 08:00:00

지난 6월, 부산의 한 호텔. 영화 ‘담보’를 촬영 중이던 배우 성동일의 숙소에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뷔와 배우 박보검이 찾아왔다. 일견 부자지간처럼 보여도, 셋은 ‘친구’다. 뷔는 부산 팬미팅이 끝나자마자 무대 화장도 지우지 않은 채 달려왔다고 한다. 이날은 마침 박보검의 생일이었다. 세 사람은 와인 잔을 기울이며 늦은 밤을 함께 보냈다.

세대를 초월한 우정의 비결은 뭘까.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성동일은 “방법은 간단하다”고 했다. “시비 안 걸고 칭찬 많이 하고 지적질 안 하면 돼요. 저 또한 욕먹을 짓 안 하고.” 촬영장에서도 성동일은 후배들의 연기에 쉽게 훈수를 두지 않는다. 다만 ‘가급적이면 현장에 일찍 오고, 일하며 짜증내지 말라’는 얘기는 한다. “현장 가면 먹여줘, 재워줘, 돈 줘…, 짜증날 일이 뭐가 있겠어요. 반면 스태프들은 처우도 안 좋은데 배우들보다 일찍 나와 일해야 하니 고되죠. 그래서 후배들에게 최대한 일찍 나와서 촬영을 준비하라는 거예요.” 

영화 ‘변신’ 촬영장이라고 달랐을까. 배성우는 ‘변신’ 배우들 사이가 “화목한 가족 같았다”고 회고했다. 성동일도 “촬영하는 내내 배우와 스태프 누구 하나 짜증내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장 최고참 선배로서 공치사를 할 법도 한데, 그는 “김홍선 감독의 리더십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김 감독은) 여리고 착한데, 영화에 미친 사람이라는 게 눈에 훤해요.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믿음을 주죠.” 성동일이 김 감독과 호흡을 맞추는 건 영화 ‘반드시 잡는다’에 이어 ‘변신’이 두 번째다. 처음엔 출연을 거절했지만, 시나리오가 “한국적”이라 마음이 움직였다고 한다. 

‘변신’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는 악마가 중수(성동일)의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성동일은 평범한 가장 중수와 중수의 탈을 쓴 악마를 연기하며 사실상 1인 2역을 소화했다. 낮은 음성으로 욕지거리를 내뱉는 모습이 평소 그의 친근한 이미지와 화학작용을 일으켜 더 큰 공포를 안긴다. 그런데 정작 성동일은 “그냥 성동일의 모습으로 찍었다”고 했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작품이지만 “악마가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벽을 뚫는 게 아니”기에 ‘생활 연기’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악마를 연기할 때도 얼굴 근육을 특이하게 쓰거나 목소리를 바꾸려고 하진 않았어요. 대신 ‘뻔뻔한 거짓말쟁이’가 되려 했죠. 배우들은 상황을 다 알고도 모르는 척 연기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큰딸(김혜준) 머리채를 잡아당길 때, 어느 타이밍에 잡을지 약속하지 않고 찍기로 했어요. 아내 명주 역의 장영남 씨가 제 팔에 망치를 내려치는 장면도 그래요. 원래는 두 번만 치기로 있는데, 흥분하다보니 다섯 번 넘게 치더라고요.(웃음)”

성동일은 술과 사람을 좋아한다. 친한 관계자나 배우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일도 잦다. 아내에겐 ‘남편 돈 벌게 해주시는 분들이니 웃으면서 반겨 달라’고 부탁해뒀다. 성동일은 “항간에 ‘신인 배우들은 프로필 돌리지 말고 성동일 집에 가서 술을 먹어라. 거기 제작자 대표, 감독 다 있다’는 얘기도 돈다”며 웃었다. 그에겐 몇 가지 ‘술자리 규칙’이 있다. 술을 강권하지 않고, 한 명이라도 피곤해하는 기색이 보이면 자리를 파한다. 주사가 있는 사람과는 함께 술을 마시지 않는다. 성동일은 “(조)인성이가 ‘좋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술 한 잔 마실 수 있으니, 우린 행복한 것 아니겠냐’ 하더라.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고 말했다.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양한 인물을 표현해야 하는 그에게 일종의 ‘데이터베이스’가 된다. 성동일은 “캐릭터를 위해 연구하고 고민하고 자료 찾고…난 그렇게 열심히는 못한다. 그저 내가 만난 사람들을 조금씩 흉내 내는 것뿐”이라고 했다. ,JTBC ‘미스 함무라비’에선 주변의 판사들을 흉내 냈고, KBS2 ‘추노’의 천지호를 연기하면서는 “울산에 아는 형님” 말투를 따라했다. 

“저도 연기를 다 몰라요. 공부를 많이 한 배우도 아니고요. 하지만 연기는 국·영·수처럼 사교육으로 실력을 늘릴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세상엔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고, 좋은 놈이든 싫은 놈이든 사람들을 많이 만나봐야죠. 그렇지 않으면 연기를 어디에서 배우겠어요. 결국 연기는 인생을 얘기하는 건데….”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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