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업계가 글로벌 공급과잉과 미중 무역 분쟁 여파 등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분 100%를 보유한 스페셜티(수익성·성장성을 갖춘 고부가 소재) 전문 소재 자회사인 롯데첨단소재를 합병한다고 밝혔으며, 한화케미칼도 자회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합병을 내년 1월 1일까지 완료한다고 공표했다. 포스코 그룹의 대표적 화학·소재 계열사인 포스코케미칼도 그룹 내 양극재 회사인 포스코ESM과 법인을 통합했다. 이들 기업의 사업 구조 재편은 신성장동력 강화와 기존 사업 부문의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먼저 롯데케미칼은 지난 22일 중장기 스페셜티 제품의 포트폴리오 강화와 R&D, 투자 등의 성장을 위한 핵심 역량 결집 및 고도화를 위한 조치로, 이사회를 개최해 롯데첨단소재의 합병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관련 신고와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2일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을 통해 롯데케미칼은 스페셜티 소재 분야에서 전문적인 기술과 다양한 제품을 보유한 첨단소재를 합병함으로써, 제품의 원료에서부터 최종 제품까지 고객의 니즈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시장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무역 분쟁과 환율 변동 등의 급변하는 세계 경제 산업 환경하에서 각 부문의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및 투명성 강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글로벌 화학사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케미칼도 지난달 30일 자회사인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합병을 결의했다. 통합 법인은 올해 말까지 모든 절차를 마친 후 내년 1월 1일 합병을 완료하며 사명은 내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한화케미칼은 합병을 통해 석유화학과 소재, 태양광 사업을 단일 조직으로 통합함으로써 각 부문 역량을 결합시키고 이를 통해 사업 경쟁력과 경영 효율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선 원료(한화케미칼)와 가공 기술(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융합으로 핵심 성장전략 중 하나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고부가 소재 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관련 사업의 전후방 통합을 통해서 원료 개발 단계서부터 최종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항공과 방산 등 미래 핵심 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아울러 태양광 사업도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태양광 폴리실리콘과 셀, 모듈, 부품 등 계열사별로 분산된 사업을 합치며 밸류체인 내 협상력 강화, 원가 절감, 시장 공동 대응 등이 가능해졌다.
또 비상장사가 상장사로 합병되며 경영의 투명성도 한층 강화됐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합병은 석유화학 산업의 다운사이클 진입과 급격한 대외 환경 변화 속에서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석유화학과 소재, 태양광 사업을 단일 조직으로 통합함으로써 각 부문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고 이를 통해 사업 경쟁력과 경영 효율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들어 과거 ‘포스코켐텍’이란 사명에서 기초소재로부터 에너지소재 분야까지 포괄하는 포스코케미칼로 사명을 바꿨다. 사명 변경을 통해 사업영역을 명확히 표현하고 포스코 그룹을 대표하는 화학‧소재 회사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울러 그룹 내 양극재 회사인 포스코ESM와 법인도 통합했다. 사명변경과 더불어 양·음극재 사업 통합을 통해 포스코 그룹의 신성장 동력인 에너지소재사업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 7월에는 광양 율촌산단 내 양극재 광양공장의 1단계 연산 6000톤 규모의 생산설비를 준공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포스코케미칼은 이미 가동중인 구미 공장을 포함해 연간 1만5000톤의 양극재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광양공장은 이번 1단계 6000톤 설비 증설에 이어 2020년 3월 완공되는 2단계 연산 2만4000톤 규모의 증설이 완료되면, 광양공장은 년 3만톤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된다. 포스코케미칼은 향후 시장상황과 수주를 고려 광양공장을 연산 8만톤 규모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은 광양공장 건설이 모두 완료되면 이미 가동 중인 연산 9000톤 규모의 구미 공장과 함께 연간 총 8만9000톤의 양극재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는 60Kw급 전기자동차 배터리 약 74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광양공장 증설은 고용량 양극재의 양산 체제를 갖추며 전기차 배터리 소재의 수주 기반을 본격 확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사명 변경은 포스코 그룹이 신성장 동력으로 ‘에너지소재사업’을 추진한다는 점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 제고가 기대된다”며 “급격하게 증가하는 2차전지 수요와 이에 따른 국내외 고객사의 주문에 우선 대응하기 위해 양극재 광양공장의 생산 체제 확장에 본격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