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조선업·화학 등 국내 중후장대(重厚長大) 업계가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등 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효성은 자사의 섬유·첨단소재·화학 생산기술 총괄 조직인 생산기술센터를 출범해 품질경영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도 한 번에 3층을 쌓아 올리는 건설신기술을 개발했다. 세계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 역시 올해 국제기능올림픽에서 19회 연속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최강 ‘기능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이들 기업의 적극적인 연구 개발과 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행보는 국내외 경기둔화에 맞서 혁신기술과 기술 인재 양성을 통해 근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먼저 효성은 최근 그룹 통합 생산기술센터(이하 센터)를 출범 시켜 품질경영에 박차를 가한다. 센터는 섬유와 첨단소재, 화학 부문의 핵심 공정 및 설비 기술 운영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효성기술원·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효성화학 소속 핵심 기술 인력들로 구성된 4개 팀, 26명 규모로 구성됐다.
이곳에서는 주요 공장과 효성기술원의 핵심 기술 인력이 협업을 통해 신규 공정을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기존 생산 공정도 개선시켜 기술 고도화를 이룰 예정이다. 향후 공정과 주요 설비들에 대한 기본 설계 전문 인력을 확보·육성하는 등 센터 인원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번 센터 출범은 조현준 효성 회장의 의견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평소 “세계 1등 제품이 곧 세계 1등 기술이라고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술에 기술을 더해 ‘기술융합’을 이루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조 회장의 말처럼 효성은 국내·외 섬유 관련 1위 상품과 특허 548건, 첨단소재 관련 특허 708건, 화학 관련 특허 1037건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센터가 출범된 이상 효성의 독자적인 기술들 간의 시너지도 기대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철강 맏형 포스코는 건설사와 함께 한 번에 3층을 쌓아 올리는 건설 신기술을 개발했다. 개발된 신기술은 ‘POSCO-Box 기둥(이하 P-Box 기둥)과 철근콘크리트 보 접합공법(868호)으로 지난 7월 국토교통부의 건설신기술로 지정됐다.
포스코에 따르면 신기술 공법은 콘크리트를 채워 넣은 P-Box강관 기둥에 가로 방향의 철근 콘크리트 보를 접합한 기술로, 기존의 철근콘크리트 공법보다 10~15%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 탄소배출량도 1.5% 이상 저감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이다.
특히 기존의 철근콘크리트 방식이 한 층씩 쌓아 올려야 하는 것과 달리, P-Box강관은 하나의 높이가 3층에 해당하는 15m로 한 번에 3층씩 쌓아 올려 공사 기간이 대폭 단축된다는 장점도 있다.
이 기술은 시장에서의 경쟁력 검증도 마쳤다.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 부설주차장, 서울 문정동 도시개발 사업지구 업무시설, 경기 하남 신축 아파트 등 11곳 이상에 적용됐다.
포스코는 이번 신기술이 시장에서 더 활발히 적용될 수 있도록 고객맞춤형 제품과 이용기술 지원을 이어나가 회사의 비전인 ‘Business With POSCO’를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진원 포스코 철강솔루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번 신기술 개발과 관련해 “포스코의 소재와 기술력을 토대로 기술 연구에 착수한 지 1년만에 HSA600 소재 양산화에 성공했다”며 “3년에 걸쳐 P-Box 접합 공법을 개발해 건설산업에 솔루션을 제공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는 지금까지 5개의 건설사와 3개의 엔지니어링사와 건축 및 토목 등 건설관련 기술을 2건을 개발해 건설신기술을 획득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국제기능올림픽에서 19회 연속 금메달을 따내며 ‘기능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2일부터 27일까지 엿새간 러시아 카잔(Kazan)에서 열린 ‘제 45회 국제기능올림픽’에 총 5명의 선수가 국가대표로 출전,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이번 대회에서 현대중공업의 신동민 씨(20세)는 철골구조물 직종에서, 조우의 씨(19세)가 배관 직종에서 각각 금메달을 따냈다. 용접 직종에 출전한 최원진 씨(20세)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정득희 씨(19세)는 CNC선반 직종에서 우수상을 차지했다.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 우수상 1개를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동민 씨가 금메달을 딴 철골구조물 직종에서 현대중공업 선수들은 지난 2013년 제 42회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4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조우의 씨가 2007년 이후 현대중공업에서 금맥(金脈)이 끊겼던 배관 직종 금메달 사냥에 성공해 12년 만에 배관 분야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며, 국가별 최우수 선수(Best of Nation)에도 선정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1983년 제 27회 오스트리아 대회부터 이어진 연속 금메달 수상 기록을 19회로 늘렸다.
현대중공업은 1978년 제 24회 부산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총 105명의 선수를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시켰으며, 이 가운데 무려 100명(금 50, 은 15, 동 12, 우수 23)이 입상의 영광을 안았다.
현대중공업은 전문 기술교사와 대표 선수가 전문 기능교육 시설인 기술교육원에서 1대 1 맞춤형 훈련을 통해 대회를 준비하며 높은 메달 획득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적인 기술교육 체계를 벤치마킹하고, 기량이 뛰어난 현대중공업 선수들과 합동 훈련을 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콜롬비아·베트남 등 세계 각국의 대표 선수들이 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을 찾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에도 조선분야 최고 등급의 국가공인 자격인 조선기술사 시험에서 총 8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며 “현대중공업은 직원들의 기술역량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기술사를 비롯한 국가자격증과 사내자격의 수당을 인상하고, 생산기술직 육성체계를 새롭게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