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전 멈춰라” VS “맞소송 간다”…극단 치닫는 LG화학·SK이노 배터리 전쟁

“여론전 멈춰라” VS “맞소송 간다”…극단 치닫는 LG화학·SK이노 배터리 전쟁

기사승인 2019-09-04 01:00:02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4월부터 핵심 인력과 기술 유출 등의 침해 여부를 두고 큰 갈등을 빚던 양사의 대립이 최근 LG화학이 장고 끝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 ITC소송의 배경과 기술유출의 구체적인 정황을 발표하면서 카피캣(모방자) 논란이 일고 있다.

LG화학은 3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그간 경쟁사(SK이노베이션)의 여론 호도 행위에 의연하게 대처했지만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시한번 정확한 설명과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LG화학은 입장문을 통해 ITC 소송의 배경과 구체적인 정황을 설명했다. LG화학은 “2017년 10월과 올해 4월 두 차례 경쟁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당사 핵심 인력에 대한 도를 넘은 채용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2년만에 경쟁사는 100명에 가까운 인력을 대거 채용했다”며 “이 과정에서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돼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29일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경쟁사를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것”이라고 소송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경쟁사는 면접전형에서 업무성과를 별도의 발표 자료를 통해 상세히 제출하도록 요구했다”며 “이 과정에서 입사지원자들은 당사의 선행기술, 핵심 공정기술 등을 지원서류에 상세히 기재했다. 게다가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수백여 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열람, 다운로드 및 프린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렇듯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채용절차를 통해 경쟁사는 선발한 인원을 해당 직무 분야에 직접 투입해 관련 정보를 2차전지 개발 및 수주에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제반 사실관계에 대해 ITC에서도 본안 심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5월 29일 ‘만장일치’로 조사개시를 결정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LG화학은 이번 소송으로 인한 국익 훼손과 기술 유출 우려 등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LG화학은 “ITC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소송절차의 신속성과 함께 강력한 ‘증거개시 절차’를 두어 증거 은폐가 어렵다는 장점 때문”이라며 “경쟁사가 해외 소송에 대해 국익 훼손과 기술 유출 우려 등의 주장을 하는 것은 국제 사법기관의 신뢰성과 LG화학의 의도를 고의적으로 폄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LG화학의 강경대응에 맞서 SK이노베이션도 최근 맞제소 방침을 밝히면서 양사 갈등은 확전되는 모양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 “특허를 침해한 LG화학과 LG화학의 미국 현지 법인인 LG화학 미시간 (LG Chem Michigan Inc.)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와 연방법원에 제소하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함께 자사의 또 다른 특허를 침해한 LG전자도 연방법원에 제소하기로 했다. LG전자는 LG화학의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 모듈과 팩을 생산해 특정 자동차 회사 등에 판매하고 있어 소송 대상에 포함됐다는 게 SK이노베이션 측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제소와 관련해 “국내 기업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한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국민적인 바람과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보류해 오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전자가 자사의 특허침해를 기반으로 영업 및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및 LG전자가 현재 생산, 공급하고 있거나 미래에 공급하게 되는 배터리가 SK이노베이션 특허를 침해하고 있어 그 생산 방식을 바꾸기 전에는 대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엄포를 놨다.

이처럼 양사가 강 대 강 대립 구도를 보이며 충돌하고 있지만 출구전략에는 온도차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양사 모두 맞소송에 나섰지만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대화와 협력이 우선이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정당한 권리 및 사업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소송’”이라며 “LG화학과 LG전자는 소송 상대방 이전에 산업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 의미가 더 크며 이것이 SK 경영진의 생각”이다. 지금이라도 전향적으로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판단해 대화의 문은 항상 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직접적인 대화 제의도 없었으며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조건부로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LG화학은 “경쟁사는 대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명했을 뿐, 소송의 당사자인 당사에는 단 한번도 직접적인 대화 요청을 해온 바가 없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이에 따른 손해배상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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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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